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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타치 Jan 28. 2024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나도

어제보다 오늘

큰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너무 흔한 말이지만 세월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스스로 먹고 입더니 이제는 경제적인 부분만 제외하곤 알아서 하는 나이가 되었다. 나의 30대와 40대를 한 단어로 말한다면 '육아'다. 오롯이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전업 주부가 되었다. 

그런데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를 잘 키우기가 힘들었다. 재우기, 먹이기, 씻기기 등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쩔쩔맸다. 급기야는 친정에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18개월 밖에 차이 나지 않는 두 아들을 데리고 친정집으로 들어갔다. 친정엄마는 물론 아빠도 퇴근하면 바로 육아에 투입되어 그야말로 온 가족이 동원되었다. 엄마는 이유식, 내가 젖먹이 둘째, 걷기 시작한 첫째는 아빠가 맡았다. 엄마말로는 젊었을 때의 아빠라면 상상도 못 하는 일이라고. 

큰 아이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몸으로 놀아서 그런지 유독 할아버지를 잘 따른다. 남편과 달리 운동을 좋아하는 친정아빠가 큰 아이와 밖에서 많이 뛰어노셨다. 요즘도 친정아빠가 집에 들르시는 날이면 아이가 제일 좋아한다. 할아버지랑 축구한다고. 이제 80이 되셔서 어디라도 다치실까 봐 걱정이 되지만 손자랑 뛰노시며 회춘하시는 듯하다.

ⓒpixabay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임신하자마자 도서관에 가서 대출증부터 만들었다. 볼록 나온 배를 쓰다듬으며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줬는지 모른다. 친정집 가까이 도서관이 있어서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학창 시절에 읽지도 않던 책을 엄마가 되어 그 양을 채우는 듯하다. 그렇게 아이 덕분에 독서하는 엄마가 되었고 뒤늦게 친정 엄마, 아빠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으니 철부지 딸에서 많이 성숙해졌다.

ⓒpixabay

이제는 청소년 아들 덕분에 하루하루를 인내하며 살고 있다. 이렇게까지 참을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입을 앙다물고 노력하니 말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나도 성장하고 싶다.

그래서 연재를 시작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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