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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타치 Apr 21. 2024

늦기 전에 엄마 이야기

결혼을 하면 어머니가 한 명 더 생긴다. 법적 어머니, 시어머니말이다. 

시어머니는 옛이야기를 자주 하신다. 남편 이야기로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어렸을 적 어머니 이야기로 자주 넘어간다. 일곱 형제인 집에서 둘째 딸인 어머니는 황소고집이었다. 첫째 언니가 너무 착해서 비교를 당했을 수도 있지만 부모님 말에 결코 순종적이지 않았다고. 이를테면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할 때의 일이다. 고등 입학을 앞둔 중학교 때 부모님은 동네에서 가까운 학교를 가길 바랐지만 시어머니는 큰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길 원했다. 밑으로 연달아 있는 남동생들을 위해 양보하길 바라는 부모님의 바람을 어기고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다. 장학금을 받으며 다니면 돈 걱정 안 해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대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지만 줄줄이 있는 남동생들을 위해 더는 욕심을 내지 못했다. 앞뒤분간을 하며 고집을 피웠다. 설움에 북받쳐 서울에 있는 곳으로 취직을 했고 그곳에서 운명적으로 시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하였다. 가족이 되고 얼마 만에 알게 됐다. 

pixabay

그런데 결혼하기 전까지 32년을 함께 살았던 친정엄마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  나의 엄마로서 삶은 알겠는데 조기숙이라는 자신으로 산 지난날들을 모른다.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사인을 하고 실버타운을 알아보는 엄마를 마주할 날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더 늦기 전에 조기숙 씨가 결혼하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들어봐야겠다. 그녀의 초등학교 때 꿈은 뭐였는지 아빠와는 결혼하기 전 어떤 데이트를 했는지 말이다. 서로 정말 안 맞는다고 한탄하는 모습을 자주 봐서는 언뜻 상상이 안 되지만 말이다. 사랑하니깐 결혼했겠지? 딸은 엄마의 로맨스를 기대하고 받아 적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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