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말 수를 줄이고 귀를 열라고 한다. 이 말은 사춘기 아들을 키우는데도 해당되는 것 같다. 엄마말이 답이고 전부였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의심부터 하는 것 같다. 대화를 하다 보면 자꾸 태도와 말투를 꼬투리 잡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니 대화는 저 멀리 가버리고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말들을 쏟아내고만다.
싸늘한 날과 포근한 날이 왔다 갔다 하는 초봄의 날씨에 후드만 달랑 입고 등교하려는 아이에게 점퍼를 입으라고 했다. 괜찮다며 서둘러나가는 아이의 뒤통수에다 "감기만 걸려봐라."라고 말해 버렸다. 아이는 시간이 없으니 대꾸는 못하고 문을 '쾅'하고 닫는것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감기 걸리면 고생이잖니. 점퍼를 입고 가는 게어떨까?"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것을.아이가 하교하기까지 기분이 내내 좋지 않았다. 뒤끝이 없는 아이라 하교하면 또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다. 그런 모습에 또 나만 속을 끓였음을 확인하며 허탈해하길 여러 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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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극도의 친절을 베풀면서 내 아이에겐 야박하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본다. 너무 받아주면 버르장머리가 없을까 봐 괜한 걱정을 했다. 이제는 많이 컸고 예의 바르게 자랐는데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고등입학시기이니 어른이 우리가 아이에게 맞춰주자며 한없이 너그러운 미소를 건네는 남편이 신기할 따름이다. 다른 말은일절 하지 않고"그래, 그렇구나."만 하자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 갱년기에 접어들어 몸상태가 좋지 않아서라고 핑계를 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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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해야지 다시 결심한다. 작심삼일이라도 매일 새롭게 말이다. 먼저 가족에게. 가족에게 친절하면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