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타치 Sep 22. 2024

친구가 소중한 사춘기 아이에게

<동급생>을 권합니다.

사춘기 아들이 아주 뾰족하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의 "싫어!"란 말이 먼저 기다린다.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빨리 독립하고 싶다고,

아이와 비슷한 소년을 찾았다. 책에서...


아이의 학교로  온 친구가 두 명 있었다. 본인이 전학 왔을 때가 생각났다며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단다. 전혀 다르게 생긴 두 친구는 알고 보니 쌍둥이였다며 눈을 반짝거리며 이야기했다. 식탁에 오랫동안 마주 앉았다. 우리는 식사가 아닌 대화를 했다. 이런 다정한 시간이 자주 생기좋겠다.


에곤 실레의 그림이 눈에 띄는 동급생 <원제:Reunion>을 읽었다.

16살의 두 소년이 주인공이다. 유대인 의사의 아들이자 랍비의 손자인 화자 한스 슈바르츠는 콘라딘 폰 호엔펠스가 전학 오기 전까진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3

내가 그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는 아이도, 내 완전한 믿음과 충절과 자기희생에 감복할 수 있는 아이도 없었다.

나는 친구를 위해 죽는 것도 달콤하고 옳은 일이라는 데에 동의했을 터였다. 열여섯 살에서 열여덟 살 사이에 있는 소년들은 때때로 천진무구함을 심신의 빛나는 순결함, 완전하고 이타적인 헌신을 향한 열정적인 충동과 결부시킨다. 그 단계는 짧은 기간 동안에만 지속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 강력함과 독특함 때문에 우리의 삶에서 가장 귀중한 경험 가운데 하나로 남는다.


중학교 시절, 정말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다. 편지도 자주 주고받았다. 학년이 올라가며 반이 달라졌음에 도 점심시간에 만나서 밥을 먹었다. 친구가 좋아하는 국어 선생님을 나도 자세히 관찰했다. 관심도 없는 선생님이었지만 친구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친구에 세 전해주었다. 친구가 좋아하니 나도 기뻤다. 그때는 가족보다 친구가 더 소중했고 좋았다. 그 친구는 국어 선생님을 좋아하는 아이답게 글쓰기도 좋아했다. 덕분에 나도 글짓기를 자주 했다.


5

우리 부모는 일에 너무 매여서 내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들은 내 침울하고 따분해하는 표정, 에둘러 피하는 대답, 그들이 소년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불가사의한 과도기와 <성장통> 때문이라고 치부해 버린 내 기나긴 침묵에 익숙해져 있었다. 때때로 어머니는 내 방어막 안으로 들어오려 했고 한두 번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도 했지만 내 고집스럽고 반응도 보이지 않는 태도에 낙담해서 오래전에 그러기를 그만두었다.


나의 부모님도 나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다.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는 대신 친구와 많은 대화를 했다. 하지만 부모님과 친구처럼 지내는 이이들이 부럽기도 같다.

나는 아직까지는 내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한다. 너무 바쁠 건성으로 대답하면 "엄마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네?" 하며 서운함을 전할 때도 있다. 말하려고 부엌으로 달려온 아이 앞에선 생선을 손질하던 중이라도 멈추고 집중해야겠다. 아이가 방어막을 치기 전에!!


7
가장 중요한 문제는 더 이상 삶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이 가치 없으면서도 어떻게 해서인지 유일하게 가치 있는 삶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인 것 같았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슨 목적을 위해? 우리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인류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해야 이 잘 안 되는 일을 가장 잘할 수 있을까?


부모로서의 바람이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태교로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나도 그 세계에  빠졌다. 두 아들은 책을 좋아한다.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는데...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수학도 잘했으면 바람이 추가되었다. 첫째는 이제 곧 중학교에 입학한다. 책 읽는 것을 줄이고라도 수학 공부의 양을 늘리려고 억지시키며 많이도 부딪쳤다.

아이의 유리조각같은  날카로운 말들에 공부는 아이에게 맡긴 상태다. 알아서 하겠지라고 믿고싶다.

"왜 수학이 중요한데? 왜 대학에 가야 하는데? 내 인생인데 왜 엄마가 시키는 데로 해야 하는데? 빨리 독립하고 싶어!!!"

공부 좀 하라고 할 때마다 도돌이표처럼 했던 첫째의

질문과 주장들이다. 몸도 생각도 커지며 많은 물음표 시기라고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렇게 몇 개월을 지내고 보니 수학 문제 좀 안 푼다고 인생이 크게 나빠질 것 같지 않다. 그 후 찡그린 얼굴보다 웃는 얼굴을 마주할 때가 많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자.

한스와 콘라딘은 너무 잘 맞는 단짝이었다. 하지만 나치즘이라는 이념은 우정을 갈라놓았다. 2차 세계대전의 잔인함과 어리석음이 두 친구를 헤어지게 한다.

소설이 시작되기도 전에 앞 페이지에 쓰인 화려한 선전 문구가 읽은 후에 다가 올 감동을 떨어뜨렸다. 이 책을 읽겠다면 내용을 먼저 읽은 후 다시 앞으로 돌아가 서문과 선전문구를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듣고 싶던 그 모든 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