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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이라구요?

교사 출신 컨설턴트가 들려주는 특목고 입시 리얼 스토리

by Jinsylvia

“선생님, 저는 불가능한 줄 알았어요”



중학교 2학년 여름이 끝날 무렵이었다.
늘 조용히 뒷자리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던 민지를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로 불렀다.

"민지야! 너 고등학교는 어디 생각하고 있니?"

"고등학교요?? 어.... 뭐.... 그냥...."

"외고는 어때? 너에게 맞을 것 같은데~"

"외... 고요??"


첫 상담을 하고 며칠 후, 민지가 교무실로 나를 찾아왔다. 뭔가 단단한 결심과 그보다 더 짙은 두려움이 섞인 그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선생님… 저, 외고 가는 거… 가능할까요?

사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첫 상담 후 민지 어머님과의 통화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님... 말씀은 감사한데....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근데... 우리 딸이 그 정도는 안되는 거 같은데..."


나는 귀까지 빨개진 민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민지야, 너는 네 능력을 잘 모르는구나~ 샘은 잘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네가 해보고 싶다면 샘이 도와줄게.”


사실 나는 민지를 1학기부터 지켜보았다.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눈빛, 내가 던진 농담에 웃다가도 바로 내용으로 돌아오는 모습, 소소한 발표 하나에도 엄청 긴장하다가도 막상 시작하면 끝까지 해내는 것까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교사는 다 알고 있다.

2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을 대하지만 하나하나 느껴지는 부분이 다르다.

그 과정에서 민지의 잠재 능력이 보였다.


“근데 성적이…”

“성적은... 나쁘진 않아. 1차는 붙을 수 있을 것 같아. 문제는 2차 전형이지."

앞으로 준비를 많이 해야 하니 1년 동안 열심히 해보자!"


그렇게 관리 대상에 들어간 민지는

한동안 '내가?' 하는 의문으로 가득하더니

어느새 자신의 방향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로 진로를 잡고 학교 생활과 읽은 책을 기반으로 자기소개서를 채워갔다.


12월 중순, 한참 면접을 준비할 때였다.

늘 방긋방긋 웃으며 열심히 하던 민지가 모의 면접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나는 조용히 민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지금까지 잘하고 있어! 너의 길이라면 분명히 열릴 거야"





12월 31일, 최종 발표 날.
방학이라 집에서 아이들의 연락을 기다리던 중 갑자기 카톡 알람이 미친 듯이 울려댔다.

합격을 확인한 아이들의 환호의 톡이 단톡방을 가득 채웠다.

거기엔 민지의 톡도 있었다.


"샘! 저 됐어요!!! 선생님 말대로 전 진짜 되는 사람이었어요!”

그날 이후로 민지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나의 관심과 격려가 한 아이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줄 때가 있다.

자신을 찾아가고 더 큰 세계로 발을 뻗는 모습을 볼 때마다
컨설턴트라는 일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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