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출신 컨설턴트가 들려주는 특목고 입시 리얼 스토리
"그냥.... 공부 빡세게 많이 하기 싫어요.“
중학교 2학년 여름이 끝날 무렵이었다.
늘 밝게 인사하는 방송부 부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준호를
수업이 끝난 뒤 교무실로 불렀다.
“준호야! 너 고등학교는 어디 생각하고 있니?”
준호는 큰 눈을 한참 굴리더니 내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고등학교요…? 어… 뭐… 그냥… 일반고요.”
“외고는 어때? 잘 맞을 것 같은데.”
내 말을 듣자 그의 눈이 커졌다.
“외…고요?? 싫어요."
"왜? 이유가 있을까?"
"그냥.... 공부 빡세게 많이 하기 싫어요.”
그 ‘싫어요’ 속에는 귀찮음보다 더 깊은 감정이 숨어 있었다.
두려움, 자신 없음,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
요즘 아이들에게 정말 자주 보이는 모습이었다.
지금 생활도 괜찮은데... 굳이 뭔가를 더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
그 뒤로 외고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대신 나는 준호가 방송부에서 일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마이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고,
발표가 서툰 친구들을 챙기고,
행사 준비엔 누구보다 먼저 와서 자리를 지키며 할 일을 하는 아이.
어느 날, 그 모습을 본 뒤 다시 조심스레 꺼냈다.
“준호야, 너 이런 리더십이면 외고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어.”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요… 영어가 싫어요. 그리고 가서 바닥 깔기도 싫구요.”
사실 외고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꺼내는 말이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해보지도 않은 일에 이미 엑스를 긋고
배척해 버리는...
이런 복잡한 마음을 ‘싫어요‘ 한마디로 퉁 쳐버린다.
그러다 3학년 초, 준호가 느닷없이 찾아왔다.
“…선생님, 저… 해보고 싶어요. 외고.”
나는 놀라지 않은 척 태연하게 말했다.
“좋아. 그럼 우리 오늘부터 열심히 해보자!”
아직 한거는 없지만 스스로 만든 철장에서 고개를 내민 아이의 모습이 대견했다.
그래! 일단 해보자!
그날 우리는 자기소개서를 써 내려갔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을 알아가며 미래를 그리는 과정이기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과의 싸움으로 힘들어한다.
준호 역시 계속 “잘 모르겠어요” “그냥 했어요”라고 말하며 이 과정을 힘들어했다.
'인성 파트'를 쓰는 시간
맥락을 못 잡는 준호에게 중학교 생활의 전부인 방송부 이야기를 꺼냈다.
"방송부에서 힘든 일 없었어?"
“작년 입학식 때… 마이크가 갑자기 고장 나서 다들 당황했는데
제가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조용한 말속에 책임감이 있었고, 준호 스스로도 미처 몰랐던 강점이 있었다.
“이게 바로 그런 걸 인성에 쓰면 돼.”
내 말에 준호는 진짜 처음으로
‘자기를 긍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면접 준비도 쉽지 않았다.
생각은 많지만 그걸 말로 내뱉기는 쉽지 않다. 특히 중학생들에게는
준호는 결국 두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말하고 싶은데 말을 못하던 자기 자신이 답답했던 거다.
그래서 따로 남겨 목소리 내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벽을 보고 서서 쉬지 않고 말하게 했다.
하지만 그 연습 뒤로 말이 조금씩 자연스러워졌고,
준호는 결국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는 아이가 되었다.
합격 발표날.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준호는 학교 복도에 그대로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지금 준호는 고2다.
스승의 날이면, 시험 끝난 날이면
어느새 교무실에 와 있다.
“선생님, 제가 그때 진짜 고집 셌죠? 하하.”라고 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