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작복작
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이란, 매일 복작거리며 한 이불을 덮고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다가 어느 날 오롯이 혼자 덮을 수 있는 커다랗고 근사한 이불을 독차지하게 된 그런 기분이다.
아아 정말 근사해…
절로 이런 말이 나오는 소중한 시간.
그러다 금방 복작거리던 따스한 체온들이 그리워지곤 하지만..
눈에 실핏줄이 터지고 좀비마냥 눈이 아파오기에 이틀을 내리 쉬었다. 금요일마다 매주 서울을 오가는 일정이 나에겐 너무 가혹했나 보다.. 이걸 반년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래도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불빛들
운 좋게 예매한 열차의 덜컹거리는 심장 소리
오롯이 혼자 덮는 근사한 이불속에서
낯선 여행객들과 서울의 날 선 공기들
순간을 열심히 수확하려고 금요일만큼은 오감을 활짝 열어둔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늘어 시력도 더 안 좋아지고 체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주름까지 늘어나도,
감탄하는 능력만큼은 조금씩 더 발전하고 있다.
어쩜 이토록 세상은 다채로운지, 볼 때마다 처절하게 사랑스러운지..
아름답고 슬프고 찬란하고 원망스러워서
웃다가 울다 퉁명스레 한숨을 참고 창밖으로 눈을 흘긴다.
눈에 힘을 너무 줬나 보다, 실핏줄이 터질 만큼.
.. 나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