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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도 Jun 04. 2021

50의 내가 40의 내게 하는 말

에필로그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가만히 앉아서 옛 생각하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원래도 멍하고 있는 걸 즐기는 편인데 요즘 더 하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전에는 생각을 흘려보내려 했는데 

지금은 옛 생각이 떠오르면 갈 데까지 따라가 본다는 것.

머릿속에 버튼만 누르면 그 시절 그 상황으로 되돌아가서  테이프 한 바퀴를 다 감을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십수 년 전의 특정 상황을 다시 되감기 해 보면 

단순히 반복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만큼 숙성돼 그 상황이 새롭게 편집돼 있다는 것이다.


전에는 분명 억울하고 화나는 상황이었는데,

세월이란 시간의 힘 덕분인지 조금은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때도 있다.

말하자면 예전 그 상황에는 내 마음의 소리만 들렸다면,

이제 다시 되감기 해 보니 상대방 마음의 소리자막으로 생성돼 화면 아래에 나오고 있었다.


때로는 과거의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내가 가해자로 뒤바뀌어있기도 하고 

<전에 쓴 글, https://brunch.co.kr/@nichts29/252>

내 상처만 보이던 자리가 서로서로 맞물려 할퀸 자국이 드러나기도 했다.


반대로 속상한 사건을 그저 무기력하게 종결해 놓고

세월이 지난 뒤 다시 돌아가 보니 상처가 흉터로 자리 잡아 있기도 했다.

흉터도 싫고 흉터가 생기도록 방치한 나도 원망스러웠다.

그런 음성이 들릴 때면 마음이 위축돼 기분이 가라앉을 때도 있었다.


시간이란 뭘까?

시간은 어쩌면 인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시간의 정답은 실시간으로 변한다.

지금 정답은 11시 16분이지만

조금 전의 정답은 11시 15분이었고

한 시간 뒤 정답은 12시 16분이다.  

(인내 김과 용기 사이  https://brunch.co.kr/@nichts29/36에서 한번 썼던 내용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가 보는 시각도 변하고 그 상황도 달리 해석되곤 한다.

그렇다고 지난 시간의 시각을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그 시간 속에는 그 시각, 나의 정답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때 선택한 정답으로 살았다면 지금 그 당시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짚어보고 싶었다.

같은 문제를 시간의 흐름 위에 얹어놓고 오랜 기간 살펴보면 시간과 같이 해석도 흘러가기 때문이다.

회전목마를 타고 돌 듯 대상은 그대로인데 나만 움직이며 다른 방향에서 바라봤다. 

내가 바라보는 위치가 바뀌면서 같은 상황을 어떻게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담아봤다.


다른 이의 충고나 조언이 아닌, 50살의 내가 3040살의 내게 건네는 말을 이 브런치 북에 담았다.




 <대문 사진: Pixabay  couleur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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