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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운 Oct 09. 2020

우리 집 충무김밥

섞박지 김치에 오징어 어묵 무침과 함께

1995년 충무시는 통영시로 개편되었다.

통영으로의 여행을 두 번이나 하고도 충무시가 없어진 게 불과 몇 년 전인 줄 알았는데 25년 전이라니, 세월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간다.

‘충무’라는 이름은 임진왜란 때의 명장 이순신(李舜臣)의 시호(諡號)를 따서 지은 것인데, 통영으로 바뀌고 보니 괜히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름표를 뺏긴 기분 같은 것이다.

엄연히 따지자면 이제 충무시는 없어지고 충무김밥 이름만 남은 셈인데 말 그대로 충무에는 충무김밥이 없다 하겠다. 통영 김밥으로 바꿔 말해야 하나?

충무시는 없어졌어도 추억의 이름 하나는 건졌다.

그 이름도 당당한, 충•무•김•밥


충무김밥은 대학시절 처음 먹어봤다.

‘충무김밥’이 핫하게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것이 이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산 남포동 국제시장 길거리 식당에서도 사 먹을 수 있었고 거제도 여행 갔을 때도 맛볼 수 있었으니까.


충무김밥이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게 된 데는 충무김밥을 잔뜩 들고 '국풍 81'에 참가한 항남동 놀이마당 앞의 '원조 뚱보 할매’ 어두이(魚斗伊) 할머니의 공이 크다고 한다.(위키백과 참고)


내 기억이 맞다. 81년에 소개되어 전국으로 퍼졌으니 이곳저곳에서 ‘원조’라는 말과 ‘할매’라는 말을 붙인 충무김밥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은 80년대 후반이었던 것이다.


충무김밥에는 두 가지 ‘~카더라’ 통신이 있다.

하나는, 충무(현 통영)항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어부의 아내가 바닷일 나가 먹으라고 싸준 김밥이 더운 날씨에 빨리 쉬어 못 먹게 되자 밥 따로, 반찬 따로의 음식을 싸게 되면서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이다.

둘째는, 통영 여객선터미널 인근을 오가는 뱃사람이나 이동객들을 대상으로 주꾸미나 호래기 무침, 무김치를 꼬챙이에 꿰어 주전부리로 팔기 시작하면서 퍼지기 시작했다는 설이다. 이 또한 남쪽 지방의 더운 날씨 탓에 김밥과 반찬을 따로 팔게 된 것이다.


원래는 주꾸미 호래기 홍합 등이었던 것이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오징어로 바뀌게도 되었다.


전국 어디를 가나 이 원조 논란은 있다.

카더라만 있고 정확한 고증이 없어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가면 ‘원조’ 자가 붙은 음식점에는 가지 않는다. 뼈대 있는 김 씨 가문 출신으로 족보도 없는 음식점을 경박스럽게 어찌 간단 말인가?

농담이고, 이유는 ‘원조’ 자 붙은 집 치고 맛있는 집 못 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다. 음식점 이름에 수식어가 많이 붙어 있거나 간판이 화려한 집,  음식점 메뉴가 많은 집도 가지 않는다. 음식으로 승부할 자신이 없으므로 행하는 궁여지책 같아서이다.  단출하고 초라한 음식점을 골라 들어간다. 맛있는 집은 외향에서부터 느낌이 온다. 이 기준은 8할에 가까운 적중률이 보장된다고 자신한다.


여하튼, 추석을 앞두고 작년의 김장김치가 똑 떨어져서 김치를 담갔다. 김장할 때까지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배추 몇 포기 사서 배추김치와 시원한 나박김치를 담갔을 텐데 올해는 배추값도 금값이고 다른 야채값도 너무 비싸 오이소박이, 열무 얼갈이김치, 섞박지 김치를 담갔다.

전과 고기 등 느끼한 명절 음식에는 깍두기보다 개운하고 심심한 섞박지가 좋을 것 같아 슴덩슴덩 자른 무에 양념을 해서 버무리고 있는데~,

“어? 이거 곰탕 먹을 때 나오는 무김치 아니에요?”

아들이 반색을 한다.

변성기 영감 목소리에 어색한 하이톤이다.

“맞아, 왜? 싫어?”

“대박! 완전 먹고 싶었는데! 이거랑 충무김밥이랑 같이 먹으면 진짜 맛있겠다! 쓰읍!” 입맛까지 다시며 어색하게도 호들갑을 떤다.

“그래? 해줄게, 충무김밥”

충무김밥을 만들게 된 사연이다.

 

<충무김밥 만드는 방법>

1. 김은 살짝 구운 김을 6등분 하여 사용하였다.

2. 데친 오징어는 한 입 크기로 자르고 어묵 역시 살짝 데치거나 물로 씻어 기름기 제거 후 자른다.

3. 오징어, 어묵에 고춧가루, 멸치액젓, 간장. 매실액, 설탕, 간 마늘, 깨소금, 참기름 넣고 박박 문지른다.

4. 김밥, 섞박지, 오징어 어묵무침을 따로 담는다.


특히 김밥을 참기름에 살짝 찍어 먹으면 한결 풍미가 살아난다. 시래깃국이나 된장국과 함께 먹으면 입가심으로 아주 좋다.

시중에 파는 김 말고 파래김을 사용하면 향긋한 바다내음을 덤으로 느낄 수 있다. 파래김이 더 맛있지만 음식점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잘 부서지고 찢어져서이다. 그러니 집에서 먹을 때는 모양이 좀 빠지더라도 파래김을 사용하는 게 좋다.


충무에는 없지만 우리 집에는 있는 충무김밥.

충무에서 먹었던 충무김밥을 추억하며 하나하나 꼭꼭 씹어먹는다. 추억의 맛이다.

참기름에 콕콕 찍어 맛있게도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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