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간제 교사이며 보건교사이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교사란, 사범대를 졸업하거나 교직이수를 해서 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임용고시를 봐서 합격을 하고, 발령받은 학교에 출근하여 근무하는 것이다. 기간제교사는 교사 자격증을 가진 것까지는 똑같으나, 임용고시를 봤는데 합격하지 못했거나 임용고시를 아예 안 본 사람이 학교의 직접 채용을 통해 계약기간 동안만 일하는 것이다. 고용의 형태가 다르지만 업무는 거의 똑같이 한다. 담임도 하고 업무분장도 동일하게 받고 월급도 호봉에 따라 책정되지 기간제라고 덜 받고 정교사라고 더 받지 않는다. 물론, 학교나 관리자에 따라 기간제를 약자로 보고 일을 부당하게 더 몰아준다거나 기간제를 배려하여 수능감독같은 업무에서는 빼 준다거나-기간제교사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거지 기본값은 아니다. 기간제교사로 살아온 지 5년차이지만, 단지 기간제교사이기 때문에 무시 당하거나 차별 당한 기억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는 참 감사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언제까지 기간제교사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늘 존재한다. 학교의 모든 일은 일년 단위로 돌아가므로 기간제교사도 최대 계약기간이 1년이다. 3개월, 6개월, 심지어 20일짜리 단기 기간제도 존재하는 마당에 5년째 1년짜리 계약을 계속 한 것도 무척 행운인데 첫 학교는 3년, 현재의 학교는 2년째 일하고 있다는 건 이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꽤 순탄하게 지내 왔다는 뜻이다. 해마다 학교를 옮겨야 하거나 채용이 아예 되지 않아 몇 달 혹은 일년을 쉬게 되는 기간제 교사들도 있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기간제교사이자 보건교사로 살아 오고 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길을 걸어야 할 것같은데 그냥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 걸까 라는 불안과 고민을 늘 안고 사는 것이 쉽지 않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보따리장수같은은 삶, 비교과이기 때문에 괄호 밖의 사람처럼 취급 되는 상황, 아무리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해도 수업도 안하고 담임도 안하고 보건실에 가만히 앉아 꿀 빠는데 무슨 교사냐는 소리를 듣는 일 등, 이렇게 앞으로도 10년이 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힘이 쭉 빠지는데 그래도 나는 이 자리를 오늘도 꾸역꾸역 지킨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싶은 걸까, 누가 반겨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 자리를 지키고 싶은 걸까, 내 안에서 매일 떠오르는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 보고 싶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