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맞은 게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초반엔 소소하게 종아리 걷어 뭐 그런? 사랑의 매 같은 걸로 시작이 되었겠지요.
엄마는 이제 재미를 붙였습니다.
벽에 밀쳐놓고 손으로 때리기 시작합니다.
저는 억울해서 말대꾸를 합니다.
강 스매싱 뺨 싸다구가 날아옵니다.
제 턱이 빠져버렸습니다.
당황한 저는 억지로 입을 닫았고, 턱뼈가 어긋나 버렸습니다.
어차피 저녁이라 병원에 갈 수 없으니 스스로 처치를 해야 합니다.
괜찮아요. 치과 갈 때마다 치과 선생님께 턱을 다시 맞춰달라고 하면 한동안은 편합니다.
오늘은 자로 후리는 날입니다.
자가 칼처럼 춤을 춥니다.
나무자가 제 눈알 밑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다행히 아직 해가 떠있는 날이었네요.
엄마가 화들짝 놀라 안과에 데려갑니다.
안과 선생님에겐 자에 스쳤다고 얘기합니다.
저도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엄마의 주 무기가 생겼습니다.
바로 초록색 세탁기 호스입니다
두 겹을 야무지게 말아 잡고 후려치면 만족할만한 소리가 나오나 봅니다.
그간 많은 것에 맞아왔지만 그 녀석은 강력했고,
엄마는 그 녀석을 피아노 의자 속에 보관했습니다.
저는 몰래 그 녀석을 버리고 싶었지만
학교에서 배운 속담 하나가 떠오릅니다.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다.’
“아, 그게 이럴 때 쓰이는 속담이구나.”
엄마가 청소기를 돌리던 중 저는 물을 마시러 나옵니다.
삐삐삐삐 엄마 레이더에 걸려들었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청소기 봉으로 두들겨 맞는 날이었습니다.
맞다 맞다 너무 억울한 저는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어머 얘 좀 봐?” 하면서 아빠 들으라는 식으로 크게 얘기합니다.
일이 커질 것 같은 먹구름이 몰려옵니다.
제가 맞는걸 방에서 듣고만 있던 아빠는 거실로 나옵니다.
일이 커졌습니다.
아빠가 절 때려눕히고 후려치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맞진 않았지만 그렇게까지 맞은 건 처음이라 충격적이었습니다.
가끔 엄마가 때리다 지치면 아빠를 시켜서 몇 대 때리는 시늉정도는 했어도, 이런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때 철저히 엄마아빠는 한 팀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집에 내편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