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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Dec 11. 2024

강아지

증학교 1학년이 되던 해에, 

아빠가 강아지를 키워도 된다고 합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저랑 엄마랑 너무 싸워서 강아지라도 있으면 덜 싸울까 싶어 강아지를 키우자고 했다고 합니다.


아빠 눈에는 그게 싸우는 걸로 보였나 봅니다.

성인 여성과 초등학생의 피 터지는 빅 매치.


크리스마스이브날.

가족이 종로에서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아빠가 퇴근길에 봐두었던 강아지 할머니를 찾아갑니다.

상자에 강아지들이 있습니다.

엄마는 퍼그가 귀엽다고 했고

아빠는 코카스페니얼이 예전에 키웠던 개라며 관심을 가집니다.

엄마는 코카는 벌써 너무 크다며 한 소리를 합니다.


다른 강아지들은 다들 사람 보고 꼬리치고 있는데,

구석에 코 박고 사람에는 관심도 없는 강아지가 한 마리 있습니다.

저는 그 작은 비글 강아지를 골랐고, 그 강아지는 이제 우리 가족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PHX 시리즈_ⓒ 2020. (JuYoung Kim) All Rights Reserved._digital Image



강아지는 처음 이틀 동안은 가족들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눈 마주치려고 하면 벽만 보거나 고개를 돌려버렸습니다.

그래도 오자마자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가리니 참 다행입니다.


예전에 데려왔던 강아지는 베란다 기둥에 다리 들고 오줌 눈다며

욕조에서 엄마에게 빗자루로 먼지 나게 맞고는 결국 창고로 보내져 버렸거든요.


강아지와 저는 같이 자랐습니다.

전 똑같이 내쫓기고, 두들겨 맞고, 폭언을 들으며 커갔지만

강아지는 아직까지 무사합니다.

나의 가장 소중한 동생입니다.


엄마가 제가 강아지를 아낀다는 걸 눈치챘습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언젠가 저 카드를 써먹을 텐데…’


그날도 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폭언과 구타와 머리 쥐뜯김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강아지가 그 폭력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구석으로 도망을 치던 중

엄마의 발 근처를 지나가게 됩니다.

엄마의 눈이 번뜩입니다.

“이 개새끼 이거 갖다 버려야 돼!!!”

올 것이 왔습니다.


엄마는 강아지 뒷덜미를 잡아채 현관으로 질주했고,

저는 쫓아갑니다.

제가 더 빨랐습니다.

현관을 막아섭니다.


처음엔 빕니다.

“제가 대신 나가있을 게요.”

엄마의 손아귀에서 강아지가 위태위태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엄마는 신이 났습니다. 제 강력한 약점을 잡아냈습니다.

“이거 갖다 버릴 거야!!!!”


그동안 계속 제가 두들겨 맞는 걸 구경만 하며 안방에 앉아 있던 아빠가 

“뭐야 뭔데 그래?” 하면서 나옵니다.

아빠가 일단 개를 내려놓고 말하라고 엄마를 설득합니다.

저는 엄마 손에서 강아지를 낚아채려고 노력합니다.


엄마의 화가 더 치밀기 시작합니다.

정말로 엄마가 강아지를 현관문에 던져버릴 것 같아서 저는 처음으로 엄마를 밀쳤습니다.

그리고 강아지를 받아냈습니다.

엄마가 놀랍니다.

아빠는 엄마한테 무슨 짓이냐고 절 다그칩니다.


저의 첫 승리였습니다.

아무도 저를 지켜주지 않는 집에서 강아지를 지켜냈습니다.

오늘도 엄마아빠는 한 팀으로 절 몰아세웠고 전 스스로 강아지를 지켰습니다.


sadness to death_ⓒ 2022. (JuYoung Kim) All Rights Reserved._digital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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