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사람들과의 삶이 마냥 이렇진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저의 혼란스러움은 시작됩니다.
아빠가 어린이대공원에 데려가 병아리를 사줍니다. 저에게는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아, 아빠라는 사람이 나를 싫어하진 않는구나.’
엄마가 병아리를 키울 수 있게 해 줍니다.
‘아, 엄마랑 아빠가 어쩌면 나랑 같이 살고 싶은 것일지도 몰라.’
엄마는 소리를 지르며 제 교과서를 찢어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고, 베란다에 있던 병아리는 놀랍니다.
저는 병아리에게 까지 화가 미칠까 봐, 잽싸게 화단에서 찢어진 교과서를 주워옵니다. 며칠 동안 찢어진 교과서를 테이프로 붙여 다니다가, 엄마가 서점에서 새 교과서를 사줍니다. 엄마 화가 풀렸습니다.
아빠는 그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병아리는 닭이 되어서 할아버지네로 갑니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긴 합니다.
저는 아파트에 살고 있었으니까요.
병아리가 닭이 되어 할아버지네로 갈 때까지도
집 안에선 많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저를 도와주진 않았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한 팀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