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고 나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화목해지려는 노력은 해봐야지. 가족인데, 다들 그게 옳은 거라고 하잖아. 용서하라고.’
그걸 왜 저 혼자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혼자 엄마라는 사람이 저를 사랑했다는 흔적, 아빠라는 사람이 저를 사랑한다는 흔적을 찾아 이리저리 헤맸습니다. 그들이 사준 물건들이 사랑이라 여기며 저는 좋아하지도 않는 것인데도 아껴두었습니다. 그들과 가끔씩 먹었던 맛있는 음식, 여행 갔던 일 들이 사랑이라 여기며 추억했습니다.
성인이 되어 엄마 아빠에게 옛날이야기들을 하며 나는 그때 정말 아프고 괴롭고 불안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어쩌면 이제는 화해라는 걸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래 우리도 잘못한 건 알아. 근데 지난 일인걸 어쩌라고.”
“나는 그게 널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다.”라고 말하며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화목해지려는 발악도 몇 년간 혼자 해오고 나니 다 소용없는 짓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놓아줄 때를 알아야 했던 것입니다. 버릴 건 버릴 줄 알아야 했습니다.
“나는 부모가 없다. 나는 썩은 사랑으로 버티며 혼자 자랐다. 그들은 날 사랑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처음엔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듭니다. 어느 누가 사랑 없이 자라고 싶겠습니까. 그러나 세상일이 다 그렇듯 불공평한 일도 있는 것이니, 받아들이고 넘어가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더 이상 그들이 제 고름을 계속 후벼 파게 둘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이제 혼자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제가 상상해 오던 가족은 영화에서만 나오는 것이라는 걸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홀로 선포하고 나니, 고름이 한 스푼 덜어진 것 같이 약간의 시원함이 스쳐갔습니다. 고름을 덮지 말고 잘 덜어내 상처를 말려야 합니다. 이제 앞으로의 기억과 사랑은 저 스스로 만들어가면 됩니다. 늘 그랬듯 동물들은 진정한 제 가족이었고, 지금도 제 옆엔 진짜 가족인 동물들이 함께 있습니다. 어쩌면 훗날 저도 저만의 든든한 팀원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아이는 낳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저 자신을 믿을 수 없습니다. 피해자였던 사람이 나중에 가해자가 되는 경우는 매우 흔하기 때문입니다. 이 썩은 사랑은 제 선에서 끊어내야 합니다.
그래도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그림 그리는 걸 막지는 않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의 강아지가 늙어서 죽을 때까지 집에서 같이 자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 방을 작업실로 써도 되게 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 뼈를 부러뜨리지는 않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를 정말로 성모자애원에 보내지는 않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를 죽이고 싶으셨겠지만 죽이지는 않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래도 밥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당신들을 용서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