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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Green Jun 21. 2024

신앙/사랑

독백


나이가 들어선 지

기가 약해진 건지

요즘은 문득문득 눈물이 나요.

우아하지 않게

중학교 땐

바람에 흐트러지는 머리카락이 넘 낭만 적으로 생각되었었고

고등학교 땐 비밀을 간직한 듯한 심각하고 슬픈 표정.

대학교 땐  그의 얼굴(지금의 남편 )이 멀리 서라도 보이면

콩닥거리며 설레던 가슴

 

시간이 지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다 

문득 이제야 나를 돌아보니

가슴엔 허탄한 그루터기만 덩그렇게 남아있네요.

거기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생각하자니

따뜻한 한 잔의 커피도 대접할 수 없는 삭막하고 쓸쓸한 빈 집만 보입니다.

아직도 왜 사느냐는 우문이 머리를 들면

아직도 혹 큰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우답이 손을 흔듭니다.

 

이렇게 어리석은 저를 바르게 돌려 앉혀놓고

말씀은 끝없이 저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쳐 주십니다.

쉽지는 않지만, 그리고 주님의 절반조차도 이해하지 못한다 하여도

 

난 고독해서 살아야 하고

난 서러워서 살아야 하고

그리고 난 이것이 나를 향한

그분의 열심임을 알기에  살아야 한다는

아직은 뚜렷한 명암이 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희미하나마 내 존재의 목적을 붙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잘 살고 있고요.

또 그리고

혈기 때문에 힘들어하던 내 앞에 놓인 쉽지 않은 책임들도

이제는 덤덤히 행하고 있습니다.

불쑥불쑥 나였던 '나'가 튀어나오긴 하지만요.

 

이렇게 살다 가는 게 다 인가 봅니다.

인생이 별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다 일거라고는 짐작도 못했었는데

불혹이 훌쩍 지나니

진정 흙에 지나지 않는 나와

그 안에 넣고자 했던 욕망의 덧없음이

이젠 실감이 나네요.


사람은 성취나 훈련으로 변하지 않더군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 누군가의 사랑이라는 거

그 사랑 배우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2011-04-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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