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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6

128

by 교관


128.


이제 앞으로 어떤 변이가 또 일어날까.


어떠한 변화나 변이이든 지금처럼 받아들여,라고 애써 다짐했다. 마동은 분홍간호사의 말과 소피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이라도 필연이라고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소피 역시 어쩔 수 없는 생활을 하며 사람들 틈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 소피는 자신이 하는 일을 받아들임으로 해서 타인에게 기쁨을 주고 있었다. 소피는 특수한 삶을 살아가면서 그 속에서 평범함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평범하게 보이는 결혼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로 된 결혼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수많은 이유와 명분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에게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쉬운 것은 아니었다. 사랑은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상대방의 존재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 둘이 함께 나란히 앞으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외면했다. 이혼하는 부부가 매년 늘어가고 있다고 티브이 속 뉴스에서는 말하고 있다. 자신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못하느냐의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내일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면 변이에 대해서 알 수 있다고 의사에게 들었다. 하지만 결과를 알 수 없을지라도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모든 것은 나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바닷가에 바람이 전혀 없었다. 오로지 레인시즌이 끝난 후 무더운 황금기 여름밤의 기운만 가득했고 사람들은 밤으로 치달아 갈수록 더 많이 바닷가로 몰려나왔다. 마동은 바닷가에 늘어나는 사람들을 피해 조깅코스를 벗어나서 달리기로 했다. 바닷가를 벗어나면 길게 뻗은 도로가 나온다. 차도와 나란히 붙어있는 자전거 도로 옆으로 달리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도로를 달렸다. 이 도로에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없었다. 달리면서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도로가 좁아서 누군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면 살짝 피해 주면 된다.


다리를 세차게 움직이고 보폭을 늘리고 팔을 빠르게 움직였다. 허리의 냅색이 흔들려 떨어질 것처럼 마동은 한 마리의 야생마가 되어 달렸다. 옆으로 에어컨에서 뿜어내는 더운 열기의 자동차들이 지나쳐 갈 뿐 사람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잘 됐다. 달리면서 눈 옆으로 가로수들이 빠르게 영혼처럼 스쳐 지나는 것이 보였다. 마동은 앞을 보며 꾸준하게 달렸다. 달리는 것에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리추얼이 마동에게 있었다.


그때, 위태롭게 오토바이 한 대가 휘청 하더니 마동을 스쳐 지나갔다.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대형마트의 주차장에서 주차되어 있는 차를 뒤로 빼려고 할 때 저렇게 빼면, 저런 식이라면 다른 차에 부딪힐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어김없이 차는 멀쩡하게 멀리 세워둔 차에 가서 박는다. 오토바이가 휘청거리는 모습이 꼭 사고를 낼 것만 같다. 마동이 고개를 돌리니 오토바이가 쌩하며 건널목을 유턴하여 지나가려다가 건널목을 천천히 건너고 있던 70대 노인을 치고 다시 큰 원을 그리며 휘청하더니 아슬아슬하게 방향을 잡아서 도망쳐 버렸다. 오토바이는 굉장히 놀랐는지 달아나면서도 넘어질 듯 비틀거리며 사라졌다. 배달을 하는 오토바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은 건널목을 건너던 노인을 치고는 상황판단이 어려워졌다. 배달원은 자신도 놀라서 그대로 뺑소니를 치고 달아나 버린 것이다. 70대 노인은 오토바이에 치이고 바닥에 넘어지면서 2차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노인은 신음소리를 내며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마동은 그 자리로 달려가서 70대 노인의 목 밑으로 팔을 넣어서 목을 약간 들었다. 70대 노인은 움직임이 둔했고 눈동자의 초점을 찾지 못했다. 근처에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상가의 사람들과 주위의 몇몇이 마동의 근처로 몰려왔다. 마동은 차도의 건널목 중간에서 노인을 빼내와 안전한 곳으로 업고 와서 내려놓았다. 70대 노인의 몸은 아기처럼 가벼웠다. 암에 걸려 모든 영양분을 다 빼앗겨버린 척삭동물 같았다.


노인을 눕힌 다음 마동은 숨을 쉬지 않는 노인에게 응급처치를 했다. 노인은 작은 가방을 엑스 자로 메고 있었고 마동은 그 가방을 풀어서 노인의 목에 대었고 머리를 뒤로 약간 젖혔다. 기도를 확보한 다음 노인의 가슴과 코에 번갈아가며 귀를 대어보고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흉부에 압박을 가했다. 아마도 경미한 뇌진탕 같았다. 모여든 사람들은 아주 흥미로운 눈으로 빙 둘러싸고 70대 노인에게 응급처치를 하는 마동을 보며 전부 한 마디씩 했다. 마동은 노인의 흉부를 압박하며 누군가에게 119에 연락을 바란다고 소리쳤다. 모여든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라 마동이 하는 말에 당황하며 휴대폰으로 구급차를 부르는 것을 서툴러했다.


사람들에게는 초등학생처럼 훈련이라는 것이 필요했다. 재해가 일어났을 때 우왕좌왕 하는 것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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