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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6

127

by 교관


127.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일까. 그것이 나의 변이든 세계의 변화든 단순한 나의 착각이든 받아들여야 한다.


거울 속의 또 다른 마동은 거울 밖의 마동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동은 아직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푸른빛의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마동이 원래부터 지니고 있는 원형질에서 벗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원형질이라는 껍질 속에서 자신이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동은 그대로인데 껍질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원형질 속에서 밖으로 나옴으로 해방을 맞이하는 것이다. 속에 들어있는 채로 해방을 맞이하는 것이다.


제대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데 어느 날 보면 이만큼 변해있는 세상을 보는 것이다. 경험을 인식하지만 교육을 통해서 인식하는 것과 경험으로 인식한 것이 겹쳐지지 않으면 혼란 속에 빠져드는 것처럼 거울 속에서 또 다른 마동은 혼란만 이야기하는 말을 할 뿐이었고 거울 밖의 마동은 혼란을 맞이하는 기분만 들었다.


거울 속의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 전. 혀.


마동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달릴 수 있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몸이 알아서 움직였다. 초밥장인이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싱싱한 생선을 구입하여 늘 하던 식으로 식재료를 준비하는 것처럼 손이 알아서 초밥을 만드는 것이다. 머리로 생각하고 재고할 것 없이 몸은 패턴을 기억하고 움직이는 것처럼 마동은 달리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어제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달리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게 들었고 이미 마동의 신체는 반응을 하고 있었다.


여름밤의 습기가 가득한, 후텁지근한 공기가 마동이 숨을 쉴 때마다 폐 속으로 한껏 들어왔다. 배고픈 난쟁이가 눈앞의 고기냄새를 맡 듯 흐음하며 여름밤의 공기를 마음껏 끌어들여 마셨다. 색온도가 좋은 곳에서 찍은 선명도가 쨍한 사진처럼 정신은 청명한 상태였고 컨디션은 최상의 수준이었다. 마동은 오늘밤에도 집에서 조금 떨어진 바닷가의 조깅코스를 달렸다. 바닷가의 여름밤은 사람들을 집밖으로, 야외로 불러냈다. 남녀노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여름밤이라는 것은 젊은 사람들은 다시 술집이나 카페 안으로 밀어 넣었고 나이가 든 사람들은 야외에 붙잡아 두었다.


여름밤은 극명하게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은 무더운 여름밤에도 그들의 선은 분명했다. 여름밤의 해안가에 몰려있는 시원한 술집 안에 쥐떼처럼 모여 술을 위장에 부어 넣고 있었다. 혈기왕성은 젊은이들에게 한여름밤을 불태우는 밤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그들에게 여름밤에 조깅이란 고기 없는 식단과 비슷하다. 조깅코스에는 노부부와 건강을 악착같이 챙겨야 하는 중년이상의 남자들이 뛰거나 빠르게 걷고 있었다. 마동은 어제보다 더 가벼워진 몸 상태로 조깅코스를 달렸다. 개나리가 강변의 마른땅을 뚫고 올라와 대지를 가득 메꾸면 그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와도 같은 몸짓으로 달렸다.


어제의 밤보다 더욱 활기차고 기운이 넘쳤다. 조금 더 빠르게 달려도 가뿐했고 몸에 무리는 전혀 전해지지 않았다. 발을 내딛는 도로의 딱딱한 바닥이 마동의 뇌 속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마동은 자신의 한 발이 도로에 닿기 전에 다른 쪽 발이 도로에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10센티미터 부유한 상태에서 앞으로 내달리는 그런 묘한 기분이었다. 도로의 굴곡상태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마동은 가뿐하고 날렵하게 내 달렸다. 발을 내딛는 도로에서 공중으로 약간 떠서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마동은 느끼며 달렸다. 앞을 보며 힘차게 달리면서 마동은 자신의 몸에 분명하고도 확실한 변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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