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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n 08. 2024

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9

242


242.


 그래, 나는 웃음이 거의 없다. 웃음이 많지 않을 뿐이다.라고 생각했다. 웃음을 짓는 얼굴은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웃으면 어딘지 모르게 불량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얼굴의 반쪽이 일그러져 보이는 거울처럼 나의 웃음은 부자연스러웠다. 웃음은 사람들과 쓸데없는 관계에 엮이게 될 뿐이었다. 살아오면서 많이 웃지 않았다. 웃음이 나오지 않는데 웃을 이유가 없었고 웃음을 유발하는 일들이 도처에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마동은 입대해서 자대에 배치를 받고 신병시절에 웃음이 없어서 군기 들린 신병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회식자리에서 마저 웃음이 엇어서 선임들이 마동을 관심사병으로 목록에 올리기도 했다. 어느 날 점오가 끝이 나고 행정본부에 있는 중대장에게 불려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질문에 대답을 했다. 중대장은 웃음이 없는 마동에게 여기서(행정본부)는 긴장을 풀어도 된다고 했고 마동은 전혀 긴장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괜찮습니다. 지금은 아주 편안한 상태입니다”라고 똑 부러지게 말했고 중대장은 마동의 일지카드에 무엇인가를 기입을 했다.


 “군대에서는 군기와 기강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하지만 웃음이 곳곳에 있는 곳이 군대라네. 웃음이 없는 사병은 로봇과 같아. 전우애를 느끼지 못하는 사병은 군대에서 관심을 둘 수밖에 없네.”


 웃음이 없는 사병은 중대본부의 관심대상이었다. 웃음이 없는 대부분의 사병이 우울증에 걸리거나 극단적인 선택과 자해와 탈영을 했다. 군기도 좋지만 웃음이 없는 사병이 후에 무슨 사고를 일으킬지 중대본부는 노심초사였다. 마동은 단지 웃음을 짓지 않았을 뿐이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다니던 레스토랑에서도 웃음이 없다고 직원들이 좋게 보지는 않았다. 같이 동거를 했던 연상의 여자도 마동에게 웃음기가 없는 얼굴이라고 늘 말하곤 했다. 마동의 얼굴에서 웃음을 볼 수 있는 날이 손꼽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웃음은 타인에게 필요 없는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착각하게 만든다. 때로는 의심을 사게 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흩뜨려 놓기도 한다. 마동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올바른 것이라 여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웃어야 하는 시점을 찾지 못할뿐더러 웃음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마동은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마동은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억지로 웃음을 만들어 보았다. 거울 속 웃는 얼굴의 모습이 몹시 굴절되어 있었고 추하고 지저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통상적인 웃음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웃음이 지니고 있는 경향이라는 것이 무시되어 있었다.


 근육을 움직일 줄 아는 ‘개’의 얼굴처럼 보였다. 모순된 웃음이 당착 된 얼굴을 만들어 거울 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얼굴의 안면 근육이 조금 움직였을 뿐 웃음이 지니는 의미를 자신의 얼굴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웃고 있지만 웃음에서 벗어난 얼굴이었을 뿐이다. 웃음이 전달하려는 이념은 자신의 얼굴에서 소거되어 있었다. 마동은 일그러진 개의 얼굴에서 표정을 풀고 다시 굳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 모습이 마동 자신의 얼굴 모습이었다. 웃는다는 건 자신과 무관하고 먼 세계의 일이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부인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사실은 사실로 받아들이면 된다. 토를 달거나 아니라고 우겨봐야 변하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마동에게도 자연스럽게 웃었던 기억이 그대로 있었다. 언젠가 마동은 자신이 웃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회사에서였고 역시 웃음기 걷힌 표정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웃음을 웃음이라고 자신할 수 없었다. 그 웃음 이외에 회사에서 또 한 번 웃음을 지었던 적이 있었다.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인 것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웃음이라는 것이 나왔을 때였다. 는개가 사무실의 파티션 너머에서 마동을 바라보고 있었고 마동은 고개를 들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는개가 활짝 웃어주었다. 거부할 수 없는 웃음이었다. 시선을 돌리거나 피할 수 없는 마법의 주문 같은 웃음이었다. 하얀 안개꽃 삼십만 원어치처럼 활짝 피어있는 웃음이라 마동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 미소를 지었다.


 아마 그때도 괴물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마동은 미소를 짓던 얼굴에서 곧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지만 마동은 자신이 웃는 얼굴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칠지 잘 알고 있었다. 웃는 모습이 모든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마동처럼 웃는 모습이 기이한 굴절을 가지고 상식에서 벗어나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어쩌면, 대부분 사람들이 활짝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는 하지만 찍힌 사진을 보면 자신은 그 얼굴을 썩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언제부터 웃지 않게 되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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