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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12

339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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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하지만 그들은 성적자아가 일그러졌다. 순간적인 작열통을 느끼지 못하면 흥분이 되지 않았다. 부인과 섹스를 나눴지만 그것은 일상유지를 위해 표면상으로 가면을 쓴 모습이었다. 젖꼭지에 바늘을 꽂아서 신체의 일부가 뜯겨 나가는 고통이 동반되고 맞은편의 여자가 항문을 드러내고 그곳을 자극하면서 내뱉는 신음소리가 있어야 흥분의 가도를 달리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언제나 욕조에 여자 두 명을 넣어두고 그들에게 소변을 쏟아 암모니아의 냄새를 맡아야 파티는 종식되었다. 돌아가며 성기에 바늘을 꽂는다. 그 고통을 극렬하게 느낀다. 그리고 이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다. 참아내는 인내 같은 것으로 그들은 자신을 노예처럼 다루었던 주인에게 소변을 갈기는 것이다. 그때 쏟아내는 소변은 끈적끈적했다. 금지된 행위를 통해서 그들은 흥분이라는 세계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파티가 끝이 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수고했다며 인사를 하고 그대로 헤어진다. 그것이 그들의 순수기억으로 바뀌는 행위이며 무의식이 덧입혀져서 하나의 표식으로, 그 표식은 점점 불어나서 그들을 잠식했다.


속옷차림의 여자 두 명이 벽장 속에서 나왔을 때 남자들은 이미 술이 몇 순배 돌았다. SM파티에서 술을 마신 뒤 섹스를 하는 행위는 없었지만 그들은 인슈타워의 완공에 공을 들인 사람들과 기본적인 파티를 열어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술을 마셨다. 기분이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그들은 나이가 들었음에도 살이 찌는 것을 염려해 곁들여 먹는 안주는 잘 먹지 않았다. 그런 쪽에는 꽤 철저하게 관리를 했다. 그들은 SM파티에 온 파트너에게 술을 권하고 말을 시키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오로지 SM에 필요한 단어만 내뱉을 뿐이었다. 핥아, 뱉어, 짖어, 품에 안겨 같은 가장 기본적인 구조에 맞는 말이나 유아기적 단어들이 오고 갔다.


그렇게 즐기다가 여자 두 명 중에 한 명이 제대로 SM을 즐기지 않는 것 같다고 법무팀장은 느꼈다. 55살인 법무팀장은 그 나이로 보이지 않았다. 기저귀차림으로 파티의 잠시 중단을 요하고 이사와 계장에서 자신의 느낌을 전달하며 흥이 깨진 것에 몹시 화가 나 있었다. 법무팀장의 느낌은 확실했다. 여자 중 한 명이 SM의 초보였다. 마담은 초보인 그녀를 파티에 내보낸 것이다. 마담이 내 보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파트너는 신변의 문제로 파티에 온전하게 집중을 하지 못했다. 무엇을 해도 신경이 한쪽으로 쏠렸다. 이번 SM파티에도 마담은 다른 애를 넣으려고 했지만 다른 파트너는 이미 남자들을 거쳐 간 여자들이었다. SM파티는 한 번 불리면 그 고객들에게는 다시는 선택이 되지 않는다. 불문율이다. 마담에게도 새로운 파트너가 필요한 시기였고 게다가 여자는 자신이 우겨서 하겠다고 마담에게 말해서 오게 되었다.


여자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그런데 제대로 집중이 안 되었다. 모든 것이 원래의 형태가 있다. 사물이든 인간이든. 지금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며 이렇게 돈을 벌어봐야 전부 빚을 갚는데 들어갈 뿐이다. 학생신분에서 갑자기 시간을 생략하고 이렇게 란제리패션으로 남자들 앞에서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지만 이제 그 끝이 점점 멀어 보였다. 늘 예쁘다는 말만 들었는데 이 세계에서는 개 취급을 받거나 인형처럼 다뤄질 뿐이었다. 내가 지니고 있던 자기의식은 점점 빠져나가서 물 빠진 쥐포처럼 되어 버렸다. 60대 아저씨들이 아기처럼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다해야 할 ‘최선’에 배신을 했다. 그것을 법무팀장이 포착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나머지 회원들이, 특히 건축회사의 이사는 이 분위기를 깨트리고 싶지 않아서 법무팀장을 잘 달랬다. 파트너에게도 확실하게 파티에 임해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했다. 깨져버린 SM파티의 분위기는 쉽게 달아오르지 못했다. 할 수 없이 그들은 앉거나 기대거나 서서 술을 몇 잔 마셨다. 술은 독했고 체내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다시 시작하자고 결론을 내리고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의 파티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SM파티에 초대된 초이스 하우스의 파트너 여성은 대부분 이미 본인들이 SM을 즐기는 여자들이었다. 이 파티에서는 남자들을 마음대로 난도질할 수 있었다. 팔에 힘을 쏟아내어 채찍을 휘둘러 상처를 내도 상관없었다. 그럴수록 남자들은 더 흥분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들은 많은 돈을 받았다. 성행위는 없었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머티즘적 자본축적의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속옷차림으로 성기를 그대로 드러낸 채 두 명 중 한 여성이 와서 이사에게 술잔을 받았다. 남자들은 성기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문제가 되었던 여성도 채찍을 들고 술잔을 받았다. 대화 없이 그대로 몇 잔의 술이 또 오고 갔다.


“어때? 오십 줄 테니 마스크를 벗어봐”라고 나이가 제일 많은 이사가 말했다. SM파티에서 또 하나의 불문율은 마스크를 벗기지 않는 것이다. 클럽의 회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려 온 여성의 마스크를 벗게 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벗는 것은 규칙에 없었다. 규칙에 없기 때문에 규칙을 어기는 것도 애당초 없는 것이다. 이사의 말에 나머지 두 남자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이사는 자신이 벗어놓은 정장 주머니에서 수표를 꺼내서 5장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수표였다. 그리고 어때?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사는 여자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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