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 여름」- 알베르 카뮈
「행복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바보가 왕이고, 나는 즐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를 바보라고 부른다.」
결혼 · 여름 - 알베르 카뮈
내가 유치원을 다닐 무렵,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다고 하면 반드시 이 질문을 하곤 했었다. 어떻게 생겼냐, 어디가 좋냐는 기본적인 질문들로 시작해서 결국에 마지막에는 이 질문으로 귀결되었는데,
"너는 결혼이 하고 싶어?"
였다.
이 질문은 나를 오랫동안 따라다녔는데, 엄마는 TV에서 결혼 관련 프로그램, 연애 관련 프로그램을 나와 함께 시청하다가 다시 이 질문을 나에게 하곤 했었다. 너는 결혼하고 싶어? 웃기게도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이십 칠 년째 같았다.
"응. 하고 싶지 결혼."
그러면 엄마는 왜 결혼이 하고 싶은지에 관해서 물었다. 나이가 어렸을 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게 연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던 나였는데, 결혼이라니! 그런데 나는 왜 결혼에 이렇게 호의적인 사람이 되었을까?
그런 고민을 꽤 오랜 시간 반복하던 끝에 나는 몇 가지 이유를 간추려 낼 수 있었다. 일단 가장 가까이 있는 부모님의 영향인가 생각해 보면. 우리 집은 유복하다고 말할 순 없었지만 화목한 가정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렇다고 가정에 풍파나 바람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전반적으로 따져봤을 땐 그랬다. 그런 엄마 아빠를 지켜보면서 결혼이 하고 싶어 졌나? 물론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이것만의 이유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든 생각은 자녀를 가지고 싶었던 건가? 하는 것이었다. 배우자와 함께 평생을 보내는 것. 하지만 이것은 꼭 결혼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동거를 한다거나 하는. 그렇다면 아이를 가지는 일이 가장 큰 차이점일 텐데(물론 동거를 하며 식을 올리지 않고 아이를 낳고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해서는 나는 아직까지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부터 시작해서 학폭이나 범죄에 휘말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결혼을 하고 싶은 이유가 아이를 가지고 싶기 때문은 또 아닐 것 같았다.
결국 나에게 남은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결혼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동거와는 다르게 사회적으로 우리가 함께 살고 사랑할 수 있는 약속을 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을 나 혼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이내 깨닫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희로애락 속에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사귀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여행을 가고, 같이 밥을 해 먹고, 산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울고 웃고, 조금 불행했다가 행복해지는 그런 순간순간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이렇게 간단한 정답을 어렵게 끌고 가려고 했으니, 답을 안다 한들 쓰지를 못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물론 이런 생각이 이후에는 바뀔 수도 있고, 이대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내 옆에는 이런 고민을 같이 들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예술가들은 저마다 자신의 진실을 찾고 있을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라면 작품마다 진실에 가까워지거나, 아니면 적어도 언젠가는 모두가 찾아와 불타오를, 숨어있는 태양의 중심에서 좀 더 가까이 맴돌 것이다. 보잘것없는 예술가라면 작품마다 진실에서 멀어지고, 중심이 도처에 있으며, 빛도 흐트러진다. 예술가의 집요한 탐구 속에서 유일하게 그를 도울 수 있는 이들은,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결혼 · 여름 - 알베르 카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