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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욱 Nov 23. 2023

야간 운전

힐끔 단편선 - 001

 벌써 일주일째다. 지호는 검지 손가락으로 핸들을 툭툭 건드리며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몇 대인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말이야. 일주일째 이건 좀 아니지 않냐고.” 그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읊조렸다. 차가 막히는 것쯤이야 자주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출근 시간도 아니고, 퇴근 시간도 아니고.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차가 이렇게 막힐 수가 있냔 말이다. 그것도 일주일째!      


 첫째 날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다. 그냥 앞에 사고가 났거나 무슨 일이 있겠지. 물론 화가 나는 건 맞지만 다른 차들도 같은 마음일 테니까. 그는 평안한 재즈 음악을 틀고 차가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정체되었던 길은 조금씩 움직이더니 삼십 분 정도가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틀째에도, 삼 일째에도 매일 같이 이놈의 도로는 지독스레 막히기 시작했고, 그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차들을 보아도 운전자들은 대부분 휴대전화를 보고 있거나 멍하게 앞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또 삼십 분 남짓이 지나자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언제 막혔냐는 듯 원활한 도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가 났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인터넷을 포함해서 찾아보았지만, 특별한 정보는 없었다.      


 연말이라 처리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기 때문에 그는 야근을 자처해서 할 수밖에 없었는데, 야근하고 그 개같은 도로를 통해서 집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점으로 다가왔다. 다른 도로를 이용하면 되지 않겠냐고? 그런 방법이 통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떤 도로로 진입하던지 도로는 꽉 막혀 있었고, 결국 삼십 분이든 한 시간이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날짜가 거듭될수록 도로가 풀리는 시간도 늦어지고 있었기에 그의 답답함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오늘 밤. 그는 야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미 시간은 자정을 넘어버렸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차키를 들고 주차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시동을 걸면서도 오늘은 제발 그 꽉 막힌 도로를 보지 않기를 기도했지만, 여전히 도로는 막힌 채 아무런 미동도 없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차가 이렇게 막히는 거지?’ 그는 다시 라디오를 켜고 뉴스를 찾아봤지만, 이 근방에서 사고나 공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차가 막히고 있다는 소식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이 많은 차주가 이 상황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 거라고? 대한민국의 도로에서 이 정도의 이해심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분명 이건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었다. 지호는 결국 차에서 내리기로 마음먹었다.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재킷을 벗어둔 뒤에 씩씩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앞을 향해 걸어갔다. 다른 차들은 그가 내리든지 말든지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그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도로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쯤 되면 교차로가 나와야 하는데도, 끝없이 차들이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지호는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앞에는 한참 전에 내렸던 자신의 차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벗어놓은 재킷도 그대로였고, 먹고 있던 커피도 그대로인 모습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그는 이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참을 달려도 도로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멈춰 선 것은 다시 본인의 차가 보였을 때였다. 등에 소름이 끼쳤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운전자들은 멍하니 앞을 응시할 뿐이었다. 핸들에 손을 잡은 채로 말이다. 그는 천천히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핸들을 잡고 앞을 응시했다. 그 순간 라디오에서는 교통 방송이 흘러나왔다.       

   

 “교통정보입니다. 전반적인 통행량 아주 줄어 있습니다. 도로는 상쾌하게 뚫려 있습니다. 귀갓길 안전하게 운행하시길 바랍니다. 교통정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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