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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Nov 11. 2019

아~ 이런 것이 육아휴직이구나!

분주함 속에 느끼는 여유

  엄마가 매일 집에 있으니 아이들이 좋아라 한다. 하루 종일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바쁘지만...  아이들 학교에 갈 때 챙겨주고, 집에 올 때도 맞이할 수 있다.


  “우리 공주들은 미국 가기 전에 뭐 먹고 싶어?”

민서는 “음.. 소고기 장조림~ 지난주부터 먹고 싶었어요.”

일요일에 교회에서 ‘편식하기 힘들어’라는 동화낭독에 나왔던 메뉴였는데... 계속 생각이 났나 보다.

지민이는 “음.. 메추리알~”

“그건 장조림 할 때 해줄 수 있으니까 다른 거 얘기해봐~~”

“응... 비빔밥... 엄마가 해주는 비빔밥이 제일 맛있어요”

“그럼 아빠에게도 물어볼까? 전화해 볼래?”

“아빠는 불고기가 먹고 싶대요.”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반찬을 해주니 어찌나 오물조물 맛있게 먹는지 그 모습에 내가 행복해진다.


  민서는 “엄마가 집에 있으니까~ 참 좋다” 한다. 지민이는 너무 밝아졌다. 요즘 나한테 하는 애교가 너무 사랑스럽다. 뽀뽀쟁이 별명을 가진 엄마에게 애교를 많이 부려준다. 어버이날 효도 책자 쿠폰을 빨리 써달라고 자꾸 조른다. 오늘은 사랑의 안마를 받았다. 자식 키우는 것이 이 맛인가!


  육아휴직 후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매일 밤 여유롭게 지민이 숙제를 함께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수학 시험지를 가져왔는데 5문제 중 1개만 맞았더라는... 두 자릿수 빼기였는데, 그걸 보고 마음이 얼마나 찡하던지... 그날 밤 차근차근 어떻게 빼기를 하는지 알려주니 그 다음 시험에서는 5개 중 1개만 틀렸다. 정신없이 바쁜 직장맘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 육아휴직이 이런 거구나~~~’

이 시간을 허락해준 직장에 감사한 마음이 다시 한번 든다.


  이불 빨래하기, 드라이클리닝 맡기기, 집 정리하기, 은행업무처리, 경비 산출 등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집을 떠나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 준비다. 일정이 확정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결정이 안 되니 환전을 얼마나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LA-샌프란시스코 간 항공권 예매, 페루 마추픽추 경비 산출을 위해 계속 검색 중이다. 배낭여행을 위해 과일칼, 무선 마우스, 배낭 등을 챙긴다. 물건 구입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웬만하면 인터넷 쇼핑이다.  


 아직은 어린 두 아이들을 위해 무엇보다 먹거리가 제일 걱정이다. 제이 언니는 렌트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코펠을 준비해 가란다. 고민 고민하다가 코펠은 구입 목록에서 빼기로 했다. 그들의 삶을 만나러 가는 것이고, 고생하러 가는 것이 여행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겠다 싶다. 김병장 비빔밥, 라면, 햇반을 몇 개 챙기고, 아이들이 편하게 입을 냉장고 바지와 샌들까지 구입했다.


  혹시 모르니 국제학생증을 준비하라고 알려준다. 이 나이에 국제학생증을? 그래도 대학원에 다니고 있으니 학생은 학생이니까 만들기로 했다. ISEC 사이트에서 어렵사리 16,000원 들여 신청을 했는데 페루 마추픽추 입장권 할인은 안된단다. 아깝지만 다시 17,000원 들여 KISES에서 발급하는 ISIC 학생증을 신창했다. 합이 33,000원을 쓴 셈이다. 완전 빵빵한 국제 학생증 소지자가 되었다. 차를 렌트할 수도 있으니 국제운전면허증도 준비해야 한다. 아이들 학교 배웅을 하면서 경찰서에 갔더니 바로 발급해준다.


  다음은 고산지대인 페루 여행을 위해 고산병 약 준비이다. 내과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런 진료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시단다.

“검색 좀 해볼 테니 잠깐 나가 계실래요?” 

5분 후에 다시 불려 들어갔다.

“고산병 약에는 다이나막스와 비아그라가 쓰여요. 다이나막스는 이뇨제인데 판매하는 약국이 거의 없어요. 제가 처방을 해줘도 살 수 없을 거예요. 비아그라는 그나마 국내산도 판매되고 있어서 저렴해졌어요.”


  그 말을 들으니 한 10년은 된 것 같은 집에 있는 비아그라 생각이 났다. 

“선생님~ 유통기한 지난 비아그라를 먹어도 되나요?”

“아무래도 효능은 떨어지겠죠?”

“저야 유통기한 좀 지난 비아그라를 먹어도 되는데 아이들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4일 치만 처방해주세요.”


  결재를 하는데 이런 진료 비보험이란다. 진찰비를 13,000원이나 냈다. '검색하는 시간이 포함되어서 그런가?' 고개를 갸우뚱~ 약값도 만만치 않다. 6알에 15,000원이라니... '비아그라가 그렇게 비싼지 미처 몰랐네~~’

몇 년 전에 남편이 누군가에게 받았다던 비아그라가 집에 있어 다행이다. '그거 여태까지 써먹어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또 쓰게 되네~ ㅋㅋ' 비아그라는 혈관 확장제 역할을 해서 고산병 약으로도 쓰인단다.


  그리고 보통의 엄마들이 갖는 교육열~ 아이들에게 우리가 갈 나라에 대해 사전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부담있다. 지난 토요일에는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렸다. 이웃나라 먼나라 미국, 아빠와 뉴욕의 발자취, 미국 서부, 이야기로 보는 탐험 지도책, 잉카 여행, 사교육비 모아 떠난 지구촌 배낭여행 등... 미국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 배낭여행의 분위기가 어떤지를 조금이나마 아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나도 아는 것이 너무 없다. 그래서 ‘이웃나라 먼 나라 미국’이라는 만화책을 펼쳐 들었다. 근데 이건 만화책이라기보다 미국 역사, 의회, 선거제도 등 너무 복잡한 내용들이다. 잘 들어오지 않아 그만 덮어버렸다. 민서가 그걸 읽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매일 밤 잠자기 전에 책을 읽고 함께 꿈나라로 향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직장맘의 육아휴직 레시피 – 두 아이와 미국 세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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