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신부 2명분의 가격이었다.
결혼식 당일, 전부다 중요하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헤어와 메이크업은 신부의 아름다움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주요한 요소다. 그러나 이것 또한 큰 비용이 수반되는 부분.
웨딩 헤어, 메이크업으로 유명한 미용실들을 알아보았다.
찾아보니까 디자이너, 실장님, 원장님 같이 직급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났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비용이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뒤돌아 보니 나는 운이 좋았다. 오랜 단골로 다녀온 원장님께서 나에게 2명이서 단 22만 원에 웨딩헤어와 메이크업을 해주셨다. 사실 내가 미용실을 1년에 2-3번 정도만 가는 거라서 자주 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미용실을 간다고 하면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에 있는 그 미용실에서 해왔다.
2019년을 기준으로, 이 원장님과의 인연은 13년이 넘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때가 2006년, 내 나이 24살이었다.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머리를 너무 잘한다는 리뷰를 보고 예약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동안 나의 머리는 그분의 솜씨 아래에서 여러 변화를 겪었다.
결혼식 날짜가 잡혀서 혹시나 싶어서 원장님에게 웨딩 헤어와 메이크업 문의 상담을 하러 미용실에 방문했다. 원장님은 한다고 대답해 주셨고, 가격을 물어보니 신랑, 신부 다 합쳐서 220,000원에 해주기로 한다고 했다.
바로 약속을 잡고, 내 머리를 보시더니 결혼식 당일까지는 기르라고 조언을 주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장님이 독립하기 전 큰 체인미용실에서 실장을 했던 시절, 그 시절에도 웨딩헤어, 메이크업을 5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받았다고 했다.
결혼식 날, 약속한 시간 아침 7시 30분. 미용실은 신랑과 신부 단 2명 만을 위해서 문을 열었다. 오픈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 신랑, 신부 그리고 원장님 단 3명만 미용실에 있었다. 다른 직원도, 스텝도 없었다.
원장님은 시작부터 끝까지 직접 모든 것을 다 해주셨다.
헤어 메이크업 중간에 약속했던 도우미 이모님이 미용실로 들어오셨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빠르게 가게를 둘러보고 이모님께서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어우, 이것도 좋다. 신랑 신부 단 둘만 있는 것이 너무 좋아. 정말 유명하다는 여러 곳을 갔지만 그곳은 신부들이 일렬로 쭉 앉아있어서 거기서 헤어와 메이크업하거든. 근데 이렇게 하는 것이 훨씬 낫다."라는 이모님의 말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그것은 단순히 나의 기분을 띄워주려는 것이 아닌, 그동안의 경험에 빗대서 나온 말이었으리라. 그동안 신부들 옆에서 도와주며 보고 관찰하고 느낀 점을 이야기한 것을 알았다. 진심으로 나온 말이었다.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단순히 금액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동안 한 분의 원장님께 꾸준히 다니면서 쌓아온 신뢰와 애정, 그것이 나에게 큰 보상으로 돌아왔다. 그날, 나는 원장님의 손길 아래에서 더욱 빛나는 신부로 거듭났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꾸준한 관계와 신뢰의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