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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소담 Aug 13. 2023

6. 번외 - 꽃집 사장님과의 대화

꽃집 사장님이 본 웨딩은 어떤 것일까.

웨딩비용과 관련해서 내가 너무 저렴하게 해서 사실 결혼식이 끝나고 에세이로 남기려고 글을 적은 것이 있다.

그 글 중에서 꽃집 사장님과의 대화가 5년 정도 지난 지금도 너무 좋아서 공유하고자 올려본다.

꽃집 사장님은 플로리스트라고 지칭하겠다. 




내가 알아본 꽃집에 전화를 해서 정확히 방문해서 상담을 받기로 했다. 

빈손으로 가기 뭐해서 커피 한잔을 들고  갔다.  사실 그 꽃집은 처음 가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직접 부케를 만들려고 마음을 먹은 후에, 원데이 클래스로 꽃꽂이 수업을 했던 곳이었는데 플로리스트도 실력도 있고,  착하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가 내 또래라서  이야기가 잘 통했다. 강사와 수강생으로 만났지만 서로 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 구면이라는 것이다.  


나 - "선생님, 저 부케세트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플로리스트 - "7만 원, 10만 원, 12만 원, 15만 원 이렇게 있어요."


맙소사. 엄청 저렴했다. 부케가 아니고 부케세트인데. 가격을 듣고 이미 나는 결정했다.  ‘여기서 주문해야지.’  

나 - "헉. 보통은 부케세트 20만 원 하는데 왜 이렇게 저렴해 요?” 나도 모르게 물어봤다.  


플로리스트 - “음… 서비스?” 살짝 머뭇거리면서 하시는 대답.  


나 - “그럼… 금액의 차이가 뭔가요?”  


플로리스트 - “7만 원은 국산꽃이고 나머지는 수입꽃으로 해요. 그 차이밖에 없어요.”  


그 플로리스트는 담당하는 호텔과 계약을 맺었는데, 내가 결혼하는 날에도 호텔에 예식이 있어서 아침 일찍 꽃 장식을 하러 간다고 했다.  


나 - “그럼 혹시 신부님들도 보나요?”  


플로리스트 - “그럼요, 많이 보죠.”  


나 - “선생님이 생각하는 부케라는 것은 어떤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철학적인 질문이 튀어나왔다.  


플로리스트 - “제가 생각하기엔 솔직히 웨딩드레스랑 부케는 자기만족인 것 같아요.” 


예상치도 못한 대답이었다. 선생님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플로리스트 -  “예전에 제 후배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후배가 이 드레스 수입산이라며 100만 원 더 추가금 내고 대여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솔직히 그런 거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 비싸게 돈 줬다는데 그런 가치도 모르겠고…”


나 -  “아, 맞아요. 사실 결혼식 하객들은 하얀 옷은 신부고 검정옷은 신랑이라고 하잖아요. 저도 제 친구들 결혼했을 때  부케를 뭐 들었는지도 기억도 못하는데요. 드레스랑 부케는 신부만 신경 쓴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플로리스트 -   “네. 그런 것 같아요.”  


나 - “그렇게 따지면 꽃도 하객들은 국산꽃이니 수입꽃이니  모르잖아요. 쓰여있는 것도 아니고.”  


플로리스트 - “하하. 맞아요.” 선생님이 웃으면서 맞장구 쳐줬다.  


나 - “선생님, 저 그럼 7만 원짜리로 주문해도 될까요? 아, 그러면 배송료는 어떻게 되나요?”  


플로리스트 - “서울에서 결혼하시는 거면 배송료 무료로 해드릴게요.”  


어떤 드레스를 입는지 휴대폰으로 드레스 이미지를 보고, 드레스 안에 페티 코트 속치마를 입는지 여부도 물어봤다.  


내 얼굴이 하얗고 키도 크니 사실 어떤 부케든 잘 어울리지만 고민 끝에 색깔은 핫핑크랑 오렌지색으로 좁혀졌다.  선생님이 추천하는 것은 오렌지색이었는데, 잘 어울리는 사람이 드문 색인데 나랑은 잘 맞을 것 같다고 했다.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완납해야겠다. 오히려 내 마음 이 급해졌다.  


나 - “저 여기 방문한 김에 전액 결제 다 하고 갈게요. 그리고  저 제일 저렴한 거 했다고 빈약하게 해주시지 마시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며 예식날. 시간. 장소를 문자로 넣어줬다.  


플로리스트 - “네. 절대 빈약하게 안 해드릴게요. 부케랑 부토니아 1개,  그리고 코르사주 6개고요. 예식시간 1시간 전에 배달 갈 거에 요. 예쁘게 잘해드릴게요.”  


이제와 생각해 보니 꽃값만 받고 부케세트를 해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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