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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아 Dec 15. 2020

프리랜서 5년 차의 고민: 어떻게 지속성을 만들 것인가

직장보다 직업, 직업보다 역량, 역량보다 시스템

어느덧 출판편집자로 일한 지는 10년 차,

프리랜서로 일한 지는 5년 차. 


프리랜서도 성장 단계가 있다.

한때는 성과를 내는 게 가장 중요했으나

지금은 일을 지속하는 게 더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1. [퇴사 후 1년] 직장보다 직업
_'모 출판사 편집자'에서 '편집자 B'로 거듭나기 


퇴사를 결정하였을 때

나는 직장보다 직업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 출판사 편집자'보다는 

'편집자 변민아'로서 거듭나야만 

프리랜서로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거라 믿었다.

즉, 내가 다닌 출판사보다 ['에디터'라는 직업]에 방점을 찍어야

자립에 가까워진다고 믿었다. 


그렇지만 퇴사 후 약 1년은

전에 몸담았던 회사의 후광이 함께했다.

회사 밖에서도 '어느 출판사에서 어떤 성과를 냈던 편집자'로 통했던 것이다.

그렇게 알음알음 평판이 생긴 덕에 일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프리랜서는 '독립'적이란 환상 때문에

전에 소속되었던 회사와는 무방하게 완전히 홀로 일하는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나의 경우

프리랜서의 세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는 

내 전 직장이 어디인지, 거기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가 팔 할을 차지했던 것 같다.


다행히 나의 전 소속과 경력, 회사에서 만든 성과가 자연스럽게 일로 이어졌다.

이처럼 프리랜서 1~2년 차에는 전 회사의 후광효과가 빛을 발했다. 





2. [프리랜서 2-3년 차] 직업보다 역량
_'에디터'보다는 '에디팅'으로 승부한다 


프리랜서 1년차가 넘어가자

여유로운 생활을 꿈꾸고 퇴사를 했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과부하가 걸렸다.


왜 그랬을까?

프리랜서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출판사 내부에서 하던 그대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자리가 바뀌었는데 

일하는 방식이 똑같으니 계속해서 삐거덕거렸다.

판이 바뀌었으나 내가 일하는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렇다면 일의 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한마디로, 나는 출판사 내부에서 할 수 없는 일을 밖에서 해야 경쟁력을 얻는 것이다.


그래서 '편집자'란 직업보다는 '편집'이란 역량에 좀 더 집중을 해보기로 했다.

출판편집자로서 할 일은 한정적이지만 

(텍스트) 편집이 필요한 곳은 무궁무진했기 때문이다.

우선은 내가 익숙한 자기계발서라는 장르 외의 인쇄물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을 바꿔서인지 2-3년 차가 되었을 무렵

생각지 못한 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대기업의 교육용 책자를 만드는 데 참여했고

방과후수업에 쓰일 교과서를 만들기도 했다.

인터뷰를 통해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1000개가 넘는 문장 발췌' 업무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에디터보다는 '에디팅'에 더 집중하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폭이 넓어질 수 있었다.





3. [프리랜서 4-5년 차] 역량보다 시스템
_혼자 일하다 팀을 꾸린 이유


'에디토리'라는 팀을 꾸린 건 2019년 5월이었다.

이때부턴 프리랜서의 삶과 라이프스타일에 꽤 익숙해졌고

담당하는 일의 규모도 조금 커졌다. 

즉, 혼자 하기보다 팀을 꾸려서 해야 하는 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들어오자 고민이 깊어졌다.

언제까지 그때그때 사람을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차 한 회사에서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때 나는

혼자서는 이 제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팀을 구성했다.


첫 번째 회사에서 같은 팀이었던 두 명의 편집자가

프리랜서였고 가까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설득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어찌어찌 4인 체제로 팀을 구성했고

그 회사의 일을 받아 에디토리로서 첫 출발을 하게 되었다. 


혼자 일을 하다 보면 일이 확장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프로젝트 단위의 일이 들어오면 팀을 구성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출판편집자 역시 기획자, 편집자, 스토리 작가, 디자이너 등 

협업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출판사에서도 점점 이렇게 팀 단위로 해야 하는 외주 일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에 발맞춰 팀을 구성한 것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결국
창업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지속성' 때문이었다.


오래 일하면 역량도 계속 느는 줄만 알았다. 아니다. 

내 역량도 실력도 감가상각된다.

그래서 프로의 단계가 되면 그 실력을 유지하는 데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한 개인의 역량을 뛰어넘는 방법,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더라도

그냥 규모가 조금 커진 외주일 뿐이다.

우리가 수익 창출을 직접 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들어온 돈을 쪼개고 쪼개다 보면

막상 나에게 떨어지는 돈은 크지 않다.

더구나 세금 면에서도 불리하다.


더구나 출판업은 영세하기 때문에 

팀에게 떨어지는 예산 자체가 절대 넉넉하지 않다.

또한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공장처럼 돌릴 수 없는 성격의 일이다 보니

펑크가 나기도 십상이고 계약금을 받고 1-2년이 지나 잔금을 받는 일도 꽤 있다. 


이러니 '지속성' 면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 


사업에 대한 극심한 공포가 있는 나는 

절대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몇 년을 버텨왔는데

그런 나도 결국 사업을 해야만

진정한 자립이 온다는 깨달음을 얻고

콘텐츠 기획사를 차리겠다고 결심했다.


결국, 에디토리는 3인 체제로

김포 풍무동 한 사무실에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5년 차.

나는 역량이 지속되려면

결국 '시스템'이 필요하고

그 시스템을 통한 현금흐름을 창출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이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업을 하면 또 그에 맞는 문제와 고민이 생길 것이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벌써부터 머리가 아픈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립으로 가기 위해서 내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다리라 생각한다.

2021년에는 에디토리 로고가 박힌 책과 콘텐츠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https://blog.naver.com/eches84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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