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명상 일흔 일곱 스푼
아내와 나는 디즈니 영화를 좋아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는 대개 아이들을 타깃으로 했겠지만, 그 안에서 숨겨진 메시지는 어른들에게도 울림을 준다. 덤으로 그 속에서 나오는 노래들은 상당히 매력 있고 듣기가 좋은데, 영화 하나 보고 나면 우리 집 배경 음악은 OST로 도배가 된다. 엘리멘탈을 보면 한동안 엘리멘탈 OST를 듣고, 위시를 보면 위시 OST를 듣는다.
그리고 지금은 당연히 모아나 2 OST 시간이다. 어제 모아나 2를 보고 왔다.
모아나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모투누이라는 섬에서 부족 족장의 딸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아나는, 선조들로부터 예기치 못한 부름을 받는다. 부족의 파괴를 막기 위해 고대에만 존재했던 섬의 저주를 깨러 모험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인 반신 '마우이', 마을의 동료들이 함께 한다.
영화를 보며 색감이 주는 영상미에 감동을 받았고, 노래를 들으며 즐겁게 감상했다. 개봉 5일 만에 100만 명을 순식간에 돌파했다고 한다. 빠른 속도라고 하는데,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의 관점이 모아나를 그냥 재미있게 감상하는 동심 어린 나의 관점이었다면 이제 영화 밖으로 벗어 나와 어른의 눈으로 모아나를 해석해 보고자 한다.
모아나는 전형적으로 질서를 벗어나 혼돈으로 나아가는 영화이다.
모아나 1, 모아나 2 스토리의 큰 흐름은 다음과 같다.
편안하고 아늑하게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 문제들이 발생을 한다. (질서)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편안한 곳에서 적당한 방법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고,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가서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혼돈) 그리고 주인공은 질서와 혼돈 속에서 고뇌를 하다가 모험을 떠나게 되고, 모험 속에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주인공의 용감한 자질을 통해 원하는 것을 쟁취한다.
조던 피터슨 교수는 혼돈과 질서를 우리의 좌뇌와 우뇌의 관점으로 접근을 한다.
좌뇌는 분석적이다. 세계를 볼 때 우리가 익숙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세계를 해석하려고 한다. 익숙한 것을 반복하려는 질서의 세계이다.
우뇌는 이상적이다. 새로운 것을 보고 난 뒤 추론하고 상상을 한다. 여기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동반이 되는데, 새로운 것은 무엇인지 모르니 불편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모험적이고 위험이 동반이 되는 것은 다들 꺼려지는 것이다.
모아나의 세계는 극단적인 혼돈의 세상이다.
물론 혼돈과 모험의 세상을 다루는 것이 영화적 측면에서 재미가 있다. 영웅이 탄생한 서사를 따라가는 과정이다. 실제로 죽을 뻔한 위기가 겪을지라도 신적인 존재들의 도움으로 죽을 뻔한 모아나는 죽지 않는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상상 속 애니메이션 이기 때문에 그렇다.
모아나를 보고 나면 나의 우뇌가 반짝하고 자극하여 모험적인 기질이 뿜뿜 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의 세계는 그렇지 않다. 진짜 죽을 뻔한 위기가 오게 되면 우리를 도와줄 신도 없고, 조상님들도 없다. 우리가 모아나처럼 미지의 바다로 항해를 갔다면 얼마 못 가서 상어 뱃속에 다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영화 스토리에 많이 익숙해진 탓인지 극단적인 혼돈을 추구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혹은 혼돈을 너무 두려워 한채 질서 속에만 남아 있으려고 한다. 천천히 삶아지고 있는 냄비 속에 개구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양 극단에만 살고 있다.
그래서 도대체 어쩌라는 말인가?
간단하다. 제3의 길. 한 발은 질서에 한 발은 혼돈에 딛어야 한다. 그것을 균형 잡는 게 인생이다. 조던 피터슨 교수는 우리의 뇌가 좌뇌는 질서, 우뇌는 혼돈을 담당한다고 한다면 세계를 인식하고 살아가는 방향도 그렇게 해야 하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구체적으로 무슨 말인 걸까? 내 말 보다, 유명한 석학의 말을 빌려서 옮겨 보겠다.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애덤그랜트 교수의 저서에서 발췌했다.
당신이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생각한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창업에 전념한 사람들이 분명히 유리한 점이 있다고 예측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정반대였다.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은 직장을 그만둔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보다 33퍼센트 낮았다.
당신이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고 당신의 사업 구상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면, 당신이 추진하는 사업은 끝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당신이 앞뒤 가리지 않고 무모하게 덤비는 도박꾼 기질이라면, 당신의 창업은 사상누각일 가능성이 높다.
오리지널스, 애덤그랜트, 한국경제신문 44-45p
직장인로 살아가는 것과 창업자의 삶은 질서와 혼돈 그 양극단에 있다. 하지만 직장인이면서 창업자인 기간도 함께 존재한다. 이때 우리의 마음은 대단히 힘든데, 이중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불편해서 확 하고 한쪽으로 마음을 기울기도 한다.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창업자로 살아가거나, 하지만 감정적으로 휩쓸린 선택은 그리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 질서에만 있었을 때
연구 결과에서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행동하다 실수를 범했을 때보다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때 더 속상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혼돈에만 있었을 때
애덤 그랜트 교수가 소개하는 연구결과에서 처럼 도박꾼 기질이라면 사업은 망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은 우리는 질서와 혼돈을 동시에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비율은 개인적 특성에 따라 다 다를 수 있다. 질서 40% 혼돈 60%, 질서 30% 혼돈 70%,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우리의 좌뇌와 우뇌는 효율적으로 세상을 그렇게 해석하도록 만들어졌다.
나는 질서와 혼돈의 균형을 잘 잡은 사람을 '열정적인 안전주의자'라고 표현을 한다. 자기 일상의 루틴과 해야 하는 일들을 꾸준히 잘 해나가지만,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도전한다. 처음에는 그 도전하는 것들이 자신의 일상의 루틴을 엄청나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그 도전하는 것들이 잘되어 나가고 비중이 커지게 되면 그것이 새로운 질서가 될 수 있다.
내 얘기를 해보자면 나는 질서와 혼돈을 같이 가는 전략을 좋아한다. 한의대에 입학을 한 것도 이 전략을 활용 했다. 교대에 다니면서 교대 공부를 하면서 수능 공부를 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어 한의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끼어있는 상태라 마음이 복잡했다.
지금 명상과 기타 글을 쓰는 브런치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나의 주 전공인 한의학 크게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고, 나중에 큰 범주에서 연결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 연설에서 "connect the dots"라는 유명한 개념을 설명했다. 혼돈이라고 보이는 불확실한 상황이 언젠가는 끼리끼리 점을 이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 24년 12월 1일 글을 쓰며 나만의 혼돈 한 스푼을 인생에 더 한다.
P.S 모아나 너무 재미있어요. 애덤그랜트 책들은 꼭 다 사서 보세요.
조던 피터슨 교수 뇌, 그리고 혼돈과 질서
https://youtu.be/97yHmnGaCHs?si=a3GWesrmyCy144_A
모아나 OST
https://youtu.be/m_Ef1_9OGG8?si=3XZRLh3g7y0LOIX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