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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Jun 15. 2024

어머니의 기도

<한뼘소설> 21화

지난밤에도 무더워 때문에 잠을 설쳤습니다. 며칠 전에 찾아온 편두통도 껌딱지처럼 딱 붙어 괴롭힙니다. 여기저기 쑤시고 저린 곳은 왜 그리 많은지요. 요즘 들어 부쩍 이런 일이 잦아졌습니다. 나이 탓인지 몸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언제부턴가 나이를 세는 것도 귀찮아졌습니다. 어쩌면 시간의 의미를 잃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아득한 시공의 터널을 지나왔으니까요. 참 많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지독하게 뜨거운 날들도, 지나치게 차가운 날들도 있었습니다. 이체(二體)라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삼체문제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그래도 '균형점'을 찾는 데 무척 오래 걸렸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결국 해냈습니다. 사건 하나가 완결되기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했나 봅니다. 그 길고 긴 시간을 어떤 아이들은 참아내지 못했습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외형은 좀 우락부락했지만 그들 역시 제 자식들이었으니까요. 다행히 어떤 아이들은 잘 버텨 주었습니다. 유난히 약해 보였는데 참 대견했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고, 자신들만의 언어와 문자를 만들었으며 이 몸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파내고 헤집기도 했습니다. 소꿉장난 같은 몸짓들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요. 그 소동이 불행의 씨앗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습니다.

 

뜨거운 날들이 점점 많아지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들이 점점 늘어나고, 마른날들이 점점 잦아지는 게 그 아이들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끔 일어나야 할 예외적인 사건들이 흔해졌습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균형점이 조금씩 어긋났습니다. 단 1℃ 차이로 바뀔 미래를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따끔한 회초리보다 스스로 깨닫기를 바랍니다.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하나하나는 미약하고 또한 스쳐가는 존재지만, 이 아이들은 현명하니까요. 


때로는 자연, 때로는 어머니, 때로는 지구라고 불리지만 사실 저에게는 오랫동안 이름이 없었습니다. 그들이 불러주어 이렇게 멋진 이름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이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더 늦기 전에 변화하기를 바랍니다. 제 몸 안에서 작동하는 '균형' 메커니즘이 저절로 작동하기 전에. 다른 아이들을 헤칠 수 있는 위험한 장난은 그만 멈추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로서 책임감이 발현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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