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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민희 Oct 22. 2023

식물의 예고편

비행을 꿈꾸는 홀씨 


  피는 꽃은 태어난 것처럼 보이고 지는 꽃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꽃으로 피어나는 생명은 아름답고 지는 꽃도 저마다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지는 꽃은 또 다른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다. 금관화 꽃은 우아하고 품격이 있는 식물이다. 꽃송이는 작지만 생긴 모양새는 화려하면서 정갈하다. 작은 꽃잎으로 이루어진 꽃 차례에 이어 씨 맺는 모습도 일품이다. 갈색의 얇고 길쭉한 씨앗이 담긴 큼지막한 주머니가 열리면서 씨앗을 태우고 날아갈 깃털 같은 하얀 날개가 흩어져 나온다. 가볍고 부드러운 흰 날개는 씨앗을 매달아 바람 타고 훠이 훠이 날아간다. 고로 온도와 바람만 잘 맞으면 동네방네 금관화 싹이 피어난다. 꽃과 씨앗 주머니의 관계는 참으로 묘한 것이다. 

  이 꽃이 씨앗을 맺기까지 수고해 준 이가 있다. 바로 벌과 나비 곤충들이다. 꽃은 벌을 달게 받아들인다. 꽃잎 속 아늑한 방은 벌 한 마리가 들어갈 수 있는 맞춤형 공간이다. 수많은 꽃송이를 앞에 두고 쉼 없이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온몸에 꽃가루를 묻힌 벌은 우리가 밥 먹고 물먹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인 것이다. 곤충을 통해 꽃은 열매를 맺을 기회를 얻고 곤충은 꽃을 통해 생존해 나간다. 서로 상생 관계이다. 피어날 때는 피어야만 했던 소명이 있고 이제 그 소임을 다한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맺는다. 꽃이 핀다는 건 꽃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꽃 이후에 남는 그 무엇을 위한 준비이다. 우리에게 꽃은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같은 존재이고 석 달 열흘 붉은 꽃 없듯 아주 잠시만 머물러 있을 뿐이지만 진 후에 식물이 남긴 것은 한 송이 꽃보다 큰 생명의 탄생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꽃처럼 마음을 열고 세상을 대할 수 있을까. 어쩌면 단 한순간도 깨어있지 못하고 단 한 번도 꽃잎이 보이지 못한 채 그걸 인생이라고 한탄도 하고 위로도 하며 생존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꽃이 비로소 피어나야 열매를 맺듯 사람은 의식이 깨어날 때 성숙한 사람이 된다. 

  '꽃이 진다함은 결실의 예고편이다.' 오로지 꽃으로만 피어나는 꽃과 열매에 의미를 두고 피어나는 꽃은 어딘지 달라 보인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저 스스로 살아가는 나무와 식물의 열매는 진하고 달고 싱그럽다.

  요즘처럼 건강, 자연, 생태 관심이 늘어나는데 반해 그 배경이 되어줄 우리 작물에 대해선 여전히 소홀한 점은 아쉽다. 본래 식물의 역사와 보존을 위한 한 걸음을 우리 같이 시작했으면 한다. 식물들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식물의 생태와 특성, 식물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우리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친자연 식물 자원의 가치에도 관심을 가져봐 주길 바라본다. 


[사진: 1 금관화 꽃, 2 열매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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