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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민희 Oct 22. 2023

봄을 부르는 다섯 장의 노란 잎


 식물들도 꿈을 펼쳐야 한다. 그 꿈은 세찬 비바람과 해충으로부터 꿋꿋이 견디며 열매 맺어 씨앗을 널리 퍼트리는 일일 것이다. 우리 세대는 책으로 배운 획일화된 자료를 바탕으로 알게 된 식물만이 존재한다고 여겼다. 물론 나보다 식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내가 알고 있었던 식물 꽃에 대한 앎이 얼마나 적고 무지했는지 잘 몰랐다.

 보통들 봄이 왔음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꽃으로 개나리를 손꼽는다. 과연 그럴까. 개나리보다 더 일찍 피는 꽃이 있다. 바로 영춘화(迎春化)란 꽃이다. 나도 이 꽃의 명칭과 역사에 알게 된 지는 얼마 안 된다. 우리 꽃 영춘화 뜻을 풀이하면 迎 맞이할 영, 春 봄 춘, 花 꽃 화 ‘ 봄을 맞이하는 꽃’이란 의미다. 영춘화는 이른 봄 꽃샘추위가 오는 시기쯤에 피는데 어떠한 역경과 고난도 이겨내는 꽃이라 여겨 조선 시대에 어사화 꽃으로 쓰였다. 직급이 제일 높은 사람이 영춘화 꽃을 어사화로 받고, 그다음 직급을 받은 사람은 영춘화 보다 늦게 피는 꽃으로 순위와 등급에 따라 꽃을 달리했다. 그 옛날 금의환향 장원급제하여 말 타고 온 사람 머리 위에 올려졌던 어사화 꽃은 개나리가 아니라 영춘화인데 많은 이들이 어사화꽃을 개나리로 알고 있다. 어떠한 까닭으로 식물 역사에서 영춘화는 사라지고 개나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는지 의문이다. 우리는 누군가 감춰 놓은 식물 역사 속에서 맴돌며 진실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식물학계에서 조차도 우리 꽃 영춘화를 중국이 원산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 영춘화와 한국 영춘화는 명칭만 같을 뿐 서로 모양새가 다르다. 중국 영춘화는 한국 영춘화에 비해 꽃이 듬성하게 피고, 나무는 대형 나무에 속할 정도로 크게 자란다. 한국 영춘화는 소형 나무로 꽃 생김새와 생태가 전혀 다르다. 우리 영춘화는 일부분 잎이 나 있는 채로 겨울을 나기도 하는데 중국 영춘화는 낙엽이 지면서 꽃이 피는 시기는 우리 꽃인 영춘화보다 느리다. 우리 영춘화는 꽃잎 수가 5~6장이지만 중국 영춘화는 꽃잎 수가 4장이다. 그리고 한국 영춘화는 마디마다 꽃이 맺히는데 반해 중국 영춘화는 개나리꽃과 유사하다. 중국 영춘화에 비하면 우리 꽃인 영춘화가 훨씬 더 기품 있고 화사한 느낌이 있다. 어사화로 쓰였던 꽃인 만큼 영춘화가 지닌 품격은 단연 으뜸이었을 음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렇듯 우리 본래 식물 자원들은 점점 더 사라져 가고 있고, 식물 역사까지도 우리가 알지 못하도록 꽁꽁 숨겨놓고 있으니 누구에게 그 탓을 돌려야 하는 것일까. 

  식물 국외탐방을 하면 중국 북부 지역을 많이 다녀왔다. 그 지역에는 여전히 우리 선현들이 살았던 옛 지역으로 현재까지도 변형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식물 자원이 많이 남아 있는 곳 중에 하나이다. (2016.3) 선양(선양)을 탐방 갔을 때 개나리의 본래 품종인 연교가 그 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걸 보았다. 개나리와 다르게 더 기품 있는 꽃처럼 보였다.  

  개나리의 본래 명칭은 연교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연교가 약재에 효능이 뛰어난 것을 알고는 연교를 인위적으로 개량하여 개나리라는 품종 내놨다.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개나리 꽃잎의 수는 4장이다. 개나리 꽃잎이 4장으로 만든 까닭도 우리 선인들은 4라는 숫자를 한자 死(죽을 사)와 같은 발음을 갖고 있어서 숫자 4를 좋아하지 않았다. 사물을 이용할 때 4가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는 것을 안 일본인들은 우리에게 식물의 다른 역사를 심어 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나리는 본래 약재로 쓰였던 연교 수꽃의 명칭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개나리는 꽃만 피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하지만 연교는 개나리와 비교하면 꽃이 드물게 피지만 수꽃과 암꽃이 같이 피어 열매를 맺어 그 열매가 약재로 이용될 만큼 쓰임새가 많았던 우리 고유 식물 품종이다. 현재는 일본인들이 한국 땅에 열매 맺는 연교 품종을 멸족시켜 찾아보기 어렵다. 연교의 수꽃만 피게 하는 개나리만 전국 각지로 널리 퍼져있다. 


[사진 : 한국 영춘화, 중국 영춘화, 연교, 개나리]     

영춘화
중국 영춘화/ 한국 영춘화
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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