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로 인해 장사가 잘 안돼서 나가는 가게들이 많다고 한다. 폐업 시에는 주방집기를 사장이 직접 중고나라에 내놓거나 일괄로 매입하는 중고 상사에 판다. 그래서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기에 나도 중고로 사려고 마음을 먹었다. 인터넷으로 물품을 몇 번 보고 나름 크다는 재활용 상사에 가서 구경을 했다. 음... 상태 좋은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역시 중고는 중고다. 거기에 새것과 그리 가격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중고업체가 비싼 이유가 있다. 철거비용과 매입하는 운반비용 보관비용 인건비 등등 중간에 유통이 하나 끼어버리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다시 새 것을 사려 마음먹고 인터넷 검색을 해본 후 업체를 선정했다. 내가 창업한 지역은 울산이라는 나름 대도시인데 업체가 많이 없어서 부산에 있는 곳으로 알아봤다. 일단 쇼케이스 한 개의 가격을 문의해보고 또 인터넷 쇼핑 가격과 비교해본다. 의외로 온라인 쇼핑몰보다 더 저렴해서 마음에 든다. 아날로그 같지만 전화로 문의하길 잘했다. 설치비도 무료고 AS도 해준다. 아무래도 처음 하는 카페 창업이다 계속 이걸 살까 저걸 살까 고민하는데 친절하게 각 브랜드별로 장점과 단점을 알려준다. 가격 부분에 있어서도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견적을 잘 뽑아준다.
그래서 쇼케이스, 제빙기, 테이블 냉장고, 전기온수기, 컵 소독기, 싱크대까지 한 곳에서 다 해결했다.
이렇게 해서 약 500만 원이 훅 나갔다. 사이즈와 기능 성능 별로 가격은 조금씩 차이나지만 일반 13평 정도의 가게 주방에 개인 카페라 나름 적당하게 들었다. 여기서 잠깐! 보통 카페 하면 원두 그라인더나 커피머신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커피를 좋아하지 않고 잘 모르기 때문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지 않았다. 요즘 수많은 카페 바리스타 전문가가 있는데 그 사이에서 커피맛으로 평가받아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커피머신과 그라인더를 사지 않고 유명한 카페에서 콜드 브루를 납품받아 파는 것으로 했다. 수제청과 수제 발효식초만 팔려고 했는데 요즘은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이 드문 이유로 넣었다.
주방기기를 들이는 날. 설치기사님이 오셨는데 친절하고 유쾌한 분이 오셨다. 설치하면서 주방 기기에 대한 설명을 아주 잘해주신다. 제빙기는 먼지를 막는 필터를 잘 씻어야 오래 쓸 수 있고, 냉장고 성에는 신문지를 이용해서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런 꿀팁도 전수해주고 설치도 꼼꼼하게 잘해주며 에피소드를 하나 이야기해준다. 내가 산 것은 벽걸이 온수기인데 이 온수기는 고정을 잘해야 한단다.
사진에 보면 온수기 선 밑에 못이랑 케이블로 고정해놓은 것이 보인다. 예전부터 설치일을 하셨는데 포항 지진 당시에 전기 온수 기계가 바로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폭파해 위험했던 일들이 있었다며 자신은 그 이후로 고정을 꼭 해서 본체가 바닥으로 바로 떨어지지 않게 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 뒤로 부산에서 또 지진이 있었을 때 자신이 온수기 설치한 곳에서 전화가 와서 고정대 때문에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달랑달랑해서 살았다며 고맙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처음 카페 창업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신경 쓸 새가 없다. 가장 신경 쓰는 건 오로지 예산(나도 포함해서)그래서 대충 인터넷에서 제일 저렴한 것을 사거나 중고로 사기도 한다. 간과하는 것이 바로 설치와 관리법, 나중에 혹시 모를 as 부분이다. 설치기사님이 웃으시며 이야기한다. 대기업 가전제품과 다른 것이 중소기업 업소용 가전제품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장도 잘나고 수명이 짧은 편이니 최대한 애지중지하며 사용하는 게 좋단다.
주방에 설비까지 다 들어오니 이제 가게 같은 느낌이 더 난다. 휑했던 공간이 꽉 찬 느낌이 나면서 식당 같은 느낌이다. 마음 같아서는 스메그나 컨벡션 오븐을 하나 넣고 디저트도 하고 싶었는데 아직은 무리일 것 같아 포기했다. (지금 생각하면 안 하길 100번 잘했다.) 이렇게 또 한고비를 넘겼다 싶었는데 결국에는 작업대를 하나 더 사야 했다. 혹 이 글을 보는 예비창업자는 자신의 키와 작업대 높이를 어느 정도 생각하고 맞추길 바란다. 나는 기존 평균 사이즈 높이의 작업대를 했는데 낮아서 결국에는 높은 것으로 하나 더 구입했다. 작업대를 넓게 쓴다고 위로 하지만 생돈이 나간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