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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송 Mar 30. 2020

방황하는 별들이라도 괜찮아

학교전담경찰관으로 청소년들과 마주하다.


지구대 업무를 1년 2개월 할 때쯤, 천종호 판사님을  존경하던 나로서는 청소년 업무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청소년과에 들어가서 학교전담경찰관을 맡아 일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경찰청에서는 학교폭력 예방재단인 푸른 나무 재단과 MOU를 체결해 실무에 있는 경찰관들에게 학교폭력 예방교육사, 학교폭력 상담사, 미디어 중독 예방교육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온라인 및 오프라인 교육을 제공한다.

근무를 할 동안 학교전담경찰관을 꿈꾸며 학교폭력 예방교육사 3급을 미리 취득하였고 청소년 업무에 관련된 책들과 천종호 판사님의 책들을 읽으며 과연 학교전담경찰관이 되었을 때 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어떠한 방법으로 청소년들에게 다가가야 할지 늘 생각하고 고민을 하였다.     

다행히도 지방청 여성청소년과에서는 뮤지컬 전공이었던 나에게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큰 행사에서 학교폭력에 관한 뮤지컬을 만들자고 제안하였다. 노래와 음악, 잘 전개된 대사들로 만들어진 하나의 뮤지컬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경찰에 입문하기 전, 중고등학교 뮤지컬부에서 방과 후 교사로 활동했던 경력 덕분에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뮤지컬을 만들 수 있었다. 이러한 인연 덕분에 인사이동 시기가 되었을 무렵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알고 지내던 선배님에게 연락이 와 학교전담경찰관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셨다.

그때 나는 속으로 괴성을 질렀다. 이 괴성은 경찰에 최종 합격했을 때, 그때의 괴성과 같으리라. 무엇이든 꿈꾸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1년을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청소년업무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학교전담경찰관은 학교폭력 예방대책의 일환으로 학교폭력 및 청소년 선도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경찰관이다.

특히 핵심업무는 ‘학교폭력 예방’이다. ‘예방’이라는 말은 쉽게 느껴지지만 아주 어려운 단어다. 경찰업무의 꽃이라는 불리는 ‘수사’도 수사가 개시되기 전인 ‘내사’라는 개념이 있지만 대부분 사후에 벌어진 범죄를 다루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까?

첩보를 입수하고 사전에 미리 차단하여 그들만의 리그가 잘못된 길이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르쳐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올바른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대부분 학교 밖 청소년, 가정 밖 청소년은 부모님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사랑을 받지 못하여 가정을 벗어나 밖으로 헤매는 청소년들이 많다. 부모님 사이가 좋지 않으니 형제간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한참 사랑을 받고 세상에 대해 배우고 경험해야 하는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부모님들은 나 몰라라 하며 자녀에 대해 무관심하다.

그들은 기댈 곳도 자신의 처지를 한탄할 곳도 없다. 그래서 대부분 가출한 청소년들끼리 모여 원룸에서 함께 생활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불법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미성년자인 여자 청소년들은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하거나 성매매를 하여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터득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번 돈은 100%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함께 생활하는 일명 ‘무서운 선배’에게 몇 프로씩 떼어내어 주지 않으면 폭력과 감금 등 말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 자칫 생명을 잃게 되는 참담한 결과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텔레그램 N번 방’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미성년자가 포함된 것도 이러한 맥락과 일맥상통한다. 이렇게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 고도화되어 가는데 과연 범죄피해자 중 미성년자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법도 같은 속도로 함께 발맞추어 개정해 나아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면하고 경찰관으로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청에서는 특히 학교 밖·가정 밖 청소년 발굴에 앞장서서 그들을 다시 학업에 복귀하고 가정에 복귀할 수 있도록 방침을 내놓았다.  전국에 있는 학교전담경찰관들 각 학교 선생님들과 WEE센터 (Wee는 We + education 또는

We + emotion의 합성어로써, 대한민국의 학교, 교육청, 지역사회가 연계하여 학생들의 건강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3단계의 다중 통합지원 서비스망이다. 2008년부터 학교에는 Wee클래스, 지역 교육지원청에는 Wee센터, 시·도 교육청에는 Wee스쿨이 존재한다.)

Wee클래스 상담 선생님, 꿈드림지원센터

(9세부터 24세까지 학교 밖 청소년의 개인적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상담지원, 교육지원, 직업체험 및 취업지원, 자립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이 꿈을 가지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준비하여 공평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 

청소년 쉼터 등 각종 기관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들에게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는 중이다.          




매일 17개 학교 돌며 학교 부장 선생님과 wee class선생님께 상담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추천받아 쉬는 시간에 상담을 하며 학교생활의 문제점, 교우관계를 파악하였다. 또한, 경찰서 자체에서 선도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범죄에 노출이 되어 있는 위기청소년들과 함께 원예치료, 청소년 경찰학교 체험 등을 실시하였다.




어느 날, 한 여학생이 학교를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상담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다.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여 간신히 설득한 끝에 커피숍에서 만나게 되었고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대화하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여학생 유일한 관심사는 바로 ‘춤’이었다. 춤이라면 일가견이 있던 나로서는 충분히 지원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최소한 용돈벌이라도 하려면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한다고 했다. 검정고시를 무상으로 지원해줄 테니 나와 함께 꿈드림지원센터로 가자고 제안했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알겠다며 승낙하였고 꿈드림지원센터에서 검정고시 공부를 일주일에 1번 참석하기로 약속했다. 센터와 거리가 꽤 있던 터라 매주 여학생 집에서 센터까지 차로 데려다주었다.

 마침 센터에서 아이들을 위한 댄스동아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여학생은 너무나 하고 싶다고 적극적인 의사를 보였고 꾸준히 동아리에 참석하였다. 연습실에 맛있는 음식을 들고 가서 응원도 해주었다. 얼마나 속으로 뿌듯한지. 이게 부모의 마음인가 싶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학교 밖 청소년이 참여한 댄스동아리에서 대회에 참가하였는데 금상을 받았던 것이었다. 이 여학생의 인생에 드디어 한줄기 빛이 내려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목적이 있고 꿈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이루고 싶은 꿈으로 인해 삶의 원동력이 생기고 동기가 부여되면서 부지런히 움직일 수 있게 한다. 아이들에게 선하고 긍정적인 목표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기꺼이 부모가 되어주고 언제든지 와서 기댈 수 있는 쉼터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과 사회적인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온 마을뿐만이 아닌 온 세계가 힘을 모아 합쳐야 한다. 다행히도 마을의 일원이 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부지런히 뛰는 어른들이 있다.

1%의 가능성을 보고 포기하지 않는 분들이 있기에 그래도 이 세상은 살아갈만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단 한 가지가 있다.




 괜찮아.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야.

 방황하는 별들이라도 언젠가는 가장 빛나는 별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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