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고 명상을 시작하면서 일상의 모든 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매일 아침, 정신없이 출근 준비로 바쁘던 시간이 이제는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는 등굣길로 바뀌었다.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잡고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따뜻함에 매일 여러 번 말한다. "너무 좋다." 전업맘일 때는 회사를 다니는 엄마들이 부러웠고, 워킹맘이 되니 전업맘이 부러웠다. 마음이 참 갈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 둘째 아들이 자주 복통을 호소해 힘든 날이 많았다. 아파하는 아이 곁에 있어주지 못한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하던 날들. 그런데 신기하게도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아들의 복통이 점차 줄어들었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꼭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등굣길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교문 앞에서 손을 높이 들고 "잘 갔다 와~" 인사를 건네는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시간이 흘러 다시 교문 앞에 서 있는 오후. 다른 엄마들과 인사를 나누며 아이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평온하다. 저 멀리 담임선생님 뒤로 두 줄로 서서 걸어오는 아이들 사이에서 우리 아들을 찾는다. 아이가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든다. 그리고 달려와 와락 안기는 그 순간, 세상의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밀려온다.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회사에 다닐 때, 다른 엄마들이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모습을 보며 느꼈을 아들의 외로움이 떠오른다. 이제는 그 빈자리를 채우며 함께할 수 있음에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의 등교와 하교 시간에 맞춰 함께하는 시간을 지키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약속을 지키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어느 날, 알람을 맞췄지만 이것저것 하다 보니 또 늦었다. 허겁지겁 학교로 달려갔지만, 아들은 이미 없었다. 전화를 걸자, 아들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기다렸는데 안 와서 @@교회로 갔어요." 미안한 마음에 사과를 했지만,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늦고 말았다. 그럼에도 아들은 여전히 환한 목소리로 "엄마, 내일은 늦지 마요"라고 말해준다. 넓은 마음으로 지각하는 엄마를 이해해주는 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하루하루 아들은 눈에 띄게 자라고 있다. 엄마를 기다리며 느꼈을 서운함을 애써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말로 나를 위로해 준다. 때로는 "아들, 1~2분 정도는 기다려줄 수도 있잖아" 하고 투정을 부려보지만, 다음 날은 꼭 늦지 않겠다고 다시 다짐한다.
조금씩 적응해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툴지만 함께 발을 맞춰가고 있다. 어느 날, 학교 앞에 일찍 도착해 아들의 손을 잡는다. 전해지는 따뜻한 체온에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우리는 학교 앞 작은 도서관에 들러 각자 좋아하는 책을 고른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책을 읽으면서도 묘한 동질감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때로는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면 아들에게 다가가 속삭인다. "이거 정말 재밌다, 너도 읽어볼래?"
아들은 배꼽을 잡고 웃으며 엄지척을 해준다. 나와 비슷한 성격 덕에 호응도 잘해주고,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즐겁다.
아들과 함께하는 모든 날,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명상을 통해 현재의 순간에 머물며 감사함을 느끼는 연습을 하다 보니, 매일의 소소한 행복들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새삼 깨닫는다. 이제는 서두르지 않고, 바쁘게 흘려보내지 않으며, 온전히 이 순간을 느끼고자 한다. 오늘도 아이의 손을 잡고, 따뜻한 햇살 아래 천천히 걸어간다. 그리고 속삭인다. "정말,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