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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의 기적, 감사로 다시 태어나다

by 감사렌즈 Mar 02. 2025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의 눈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선생님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셨다. 시험 성적, 지각, 책 읽기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지적하셨다. “시험 성적이 형편없어서 왜 전학 와서 힘들게 하느냐”는 말, “지각했으면 뒤에 나가서 서 있어라”는 말. 시간이 갈수록 선생님의 말은 나에게 수치심을 안겨주었다. 그때 처음으로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을 갖게 되었다.

어느 날 밥을 먹다가 울면서 엄마와 이모에게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했다. 두 분은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그 침묵이 더 서러웠다. 그리고 졸업식 날, 나는 선생님의 태도를 이해하게 되었다. 교실 앞문이 열리며 카메라를 든 남자들이 들어왔고, 그 뒤로 명품옷을 입은 부부가 나타났다. 선생님은 그들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선생님의 태도는 돈에 따라 달라졌다는 것을.

전학 온 첫날의 기억도 선명하다. 교무실에서 인사를 드릴 때 선생님은 앉은 채로 우리 가족을 바라보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시선에서 “왜 귀찮게 전학 와서 나를 힘들게 하느냐”는 태도가 느껴졌다. 엄마에게 대하는 선생님의 무례한 태도에 어린 마음이 상처받고 화가 났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 선생님을 용서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명상 중에 그 시간으로 돌아갔다. 마음 깊이 고여 있던 감정들이 다시 떠올랐다. 선생님의 말과 행동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감정과 수치심이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인지 공부할 때마다 “나는 안 돼, 하지 말자”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고, 떨어진 자존감은 나를 힘들게 했다.

명상 속에서 선생님이 의자에 앉아 계셨다. 나는 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꺼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마음 깊숙이 쌓였던 감정을 토해내고 나니, 가슴이 한결 후련해졌다. 비로소 그때의 상처에서 한 걸음 멀어질 수 있었다.

그 후, 내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선생님을 떠올려 보았다. 법륜스님이었다. 정토회에 들어가 100일 동안 108배 명상을 하면서, 매일 소감을 적고 동영상으로 과제를 제출하는 시간이 있었다. 처음에는 카메라 앞이 어색했지만, 여러 번 반복하며 점차 익숙해졌다.

육아를 하기 전의 나는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108배와 명상을 통해 나의 시선은 감사와 사랑으로 바뀌었다. 그제야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딸아이가 힘들까 봐 반찬을 해주시는 부모님,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도 도와주는 남편. 그들의 사랑과 배려가 서서히 내게 다가왔다.

108배와 명상은 내 시선을 변화시켰다. 나는 피해자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감사의 감정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 이후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감사 렌즈’가 되었다. 이제 나는 날마다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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