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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음에 대한 깨달음

by 감사렌즈 Mar 19. 2025

사춘기 아들을 만나면 잔소리가 먼저 튀어나온다.
 이러지 말아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아들을 보면 또 잔소리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왜 그럴까? 유독 아들의 행동이 내 눈에 거슬리는 이유가 뭘까?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며 곰곰이 생각해 본다.

밥을 먹을 때도 허리를 제대로 펴지 않고 불안한 자세로 앉아 반찬을 여기저기 흘리는 모습, 자기 전에 음악을 크게 틀어 아랫집, 옆집에 피해를 주는 행동… 이런 것들이 신경 쓰인다. 나는 원래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 아들이 그런 행동을 하니 속이 상하고, 좋게 말해도 듣지 않으니 점점 목소리가 커진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들에게 잔소리했던 다른 행동들도 떠오른다. 예를 들면, 화장실을 사용하고 물을 내리지 않는 것. "왜 그러냐"고 짜증을 내면, 아들은 태연하게 말한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엄마는 완벽해?"

"실수도 한두 번이어야지!"

그렇게 또 말싸움을 하며 집에 도착했는데, 화장실 문을 열자 변기에 물이 내려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순간 ‘아, 또 아들이 안 내렸네’라고 생각했지만, 곧 깨달았다. 이번엔 내가 내리지 않은 것이었다.

순간 웃음이 터졌다.

아들은 나를 닮았다. 아니, 내가 아들을 닮았는지도 모른다.

남편을 닮은 부분도 있겠지만, 사실 아들의 행동에서 내가 가장 숨기고 싶은 내 모습이 비쳤을지도 모른다.

그제야 알았다.

아들이 화장실 물을 내리지 않은 이유도, 내가 내리지 않은 이유도 같을 것이다. 우리는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들이다. ‘닮았다. 정말 많이 닮았다.’ 생각하니 신기하고 놀랍다.

조금씩 마음이 정리되면서, 오히려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10대, 20대의 나를 떠올려 본다. 그때의 나는 어떤 습관들을 가지고 있었을까?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습관들을 고치려고 애쓰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물론 여전히 완벽하지 않지만, 적어도 변하려고 노력해 왔다. 부족했던 나도, 노력했던 나도, 지금의 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으니까. 다만, 어제의 나보다 한 뼘 더 성장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아들을 통해, 나는 과거의 나를 다시 마주했다. 그리고 명상을 하면서 순간순간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법을 배웠다.

지금까지는 그냥 스쳐 지나갔던 감정들이 왜 올라오는지, 어디서부터 시작된 감정인지, 어떤 문제가 내 안에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나를 들여다보니, 쌓여 있던 답답함이 조금씩 풀려나간다.

그러면서 나를 더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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