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by 감사렌즈

책을 펼치기 전, 하루가 또 흘러갔다.
책상 앞에 앉아도 집중이 안 되고, 자꾸만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했을까, 더 용기를 낼 수는 없었을까.
과거의 후회는 오늘의 걸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머리는 앞을 보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은 마음을 눌렀고, 결국 지친 감정만 남았다.

머뭇거리다 가방을 챙겨 조용히 헬스장으로 향했다.
걷는 내내 운동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발걸음을 옮겼다.

체육센터 문을 열자, 낯익은 듯 낯선 얼굴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한참을 생각하고서야 직원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단 몇 달 사이, 외모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살이 빠지고, 탄탄한 몸으로 변해 몰라볼 뻔했다.

조심스레 다가가 말을 건넸다.
몰라 뵀어요. 딴 사람인 줄 알았네요.”
그 말에 직원은 조용히 웃으며 답했다.
“힘들어요.”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지금 감정은 어떠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단순하지만 깊었다.
매일 훈련하고, 먹고 싶은 것도 참으며 대회를 준비하는 삶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가볍지 않았다.

순간, 편견이 떠올랐다.
변화된 몸매와 자신감 있는 자세, 멋진 목표를 가진 사람이라면 삶도 단단하고 여유로울 거라 여겼던 그 시선.
그 안에는 자신보다 덜 힘들 거라는 무의식적인 착각이 있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이어지는 운동, 식단 조절, 반복되는 훈련 속에서 그는 치열한 삶을 견디고 있었다.
단편적으로 보고 판단한 시선은 금세 부끄러움으로 바뀌었다.

운동을 하는 내내 생각이 이어졌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모든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고, 애쓰고 있었다.

‘힘들어요.’
그 짧은 말 안에는 얼마나 많은 감정과 싸움이 숨어 있었을까.
그 말 하나에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동시에 위로가 되기도 했다.

때때로 위로는 말보다 마음으로 다가갈 때 더 깊어진다.
그저 “그랬군요, 많이 힘드셨겠어요”라는 한마디가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한 말을 덧붙이며 부담을 준 건 아니었을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누구나 단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누구도 모를 내면의 싸움이 존재한다.
어떤 감정을 지닌 채 하루를 살아내는지, 겉으로는 알 수 없다.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연습,
타인의 마음을 가늠해보는 연습이 지금 이 순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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