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장면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잔잔히 흐르던 추억의 노래에 맞춰, 한 여자가 조용히 춤을 추고 있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눈빛은 누구보다 생생했고
그녀의 몸짓은 음악보다 더 진하게 감정을 전했다.
옆에 선 남편과 아들은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녀는 입모양으로 가사를 따라하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후천적인 이유로 말을 할 수 없게 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누구보다 자유롭고 당당했다.
그 춤 한 자락에,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지만
가진 것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삶의 태도가 담겨 있었다.
돌이켜보면, 감정은 자주 흔들렸다.
힘들면 가족에게 먼저 날을 세우고, 그러고 나선 또 후회했다.
왜 그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했을까 자책하다가도,
또다시 다짐하고 다듬으며 하루를 살아냈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찾아온다.
기쁜 일도 있지만, 갑작스런 병처럼 당황스러운 일도 있다.
그럴 때마다 감정은 휘청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용기.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을 붙드는 단단한 태도.
그걸 배우고 나니, 감정은 흘러가고 삶은 조금씩 편안해졌다.
그날 춤을 추던 여자의 모습처럼,
흔들리는 순간에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내려는 자세가 더 깊고 따뜻하다는 걸,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