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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job 조은 Apr 06. 2024

'자신'감이 중요해요

불편한 '자신감', 편안한 '자신'감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는 염창희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편의점 영업 일을 하는데 회사생활도 삼 남매 중 제일 잘합니다. 말도 잘하고 사람도 꽤 잘 파악하거든요.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있죠. 그래서일지 목 좋은 곳에 있는 편의점의 사장님께 신뢰를 얻어 그곳의 점주를 맡을 생각이 있는지 제안도 받습니다.






역시 회사생활은 자신감일까요.


저는 드라마 초반에 이상하게 창희가 말로 날리는 것 같은 공수표 같은 자신감들이 불안했습니다. 계속해서 편의점 점주가 되고 싶어 하는 창희를 보며 허세 같기도 했고, 세상물정 모르는 것 같기도 했고,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믿는 거 아닌가. 제가 봤을 때 창희는 편의점 영업은 할 줄 알아도, 편의점 경영이나 운영은 못할 것 같은데 왜 이리 욕심을 부릴까 싶었습니다. 그것도 사장님에게 신뢰를 받아서 영업을 잘한 거지 셈이 빠른 스타일도 아닌 것 같고, 돈에 대한 욕심도 여자친구한테 차여서 자존심이 긁혀서 저러는 것 같은데 너무 충동적인 거 아닌가 싶었죠.

저야말로 창희나 세상에 대해서 뭘 안다고 참 웃기죠.

그런데 대사 한 마디와 어떤 시점부터는 그 모든 불안감들이 안정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구나"










소명의식




창희의 '있을 곳'은 다른 사람들의 죽음의 순간입니다.

할머니, 엄마, 그리고 그냥 아는 형의 임종. 창희는 이상하리만치 우연적으로 다른 이의 죽음을 목격합니다. 처음에는 우연에 더 가까웠는데 갈수록 선택에 더 가깝습니다. 할머니의 죽음은 우연에 가까웠다면 엄마의 죽음은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있지 않았다면 목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창희는 드라마 마지막에 다다라서는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도 아닌 형의 죽음을 자신의 성공을 포기하면서까지 지킵니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요. 내 성공을 포기하고도 불안해하지 않고 남의 죽음 곁에 편안하게 함께해 줄 수 있을까요.

그래서일지, 창희는 이 모든 죽음을 겪은 후 실수로 들어간 장례지도사 수업을 이게 자신의 운명이라며 받아들입니다.


사람들은 이 장면을 창희의 '진짜 성숙'이라고 하더군요.




실수로 들어온 걸 깨닫고 나가려다가 받아들이고 미소를 짓는 어딘가 깨어난 듯한 창희의 표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 JTBC



한 가지, 내려오면서 위에 굵은 글씨로 표시한 단어들을 보셨나요?

[타이밍], [자신의 운명], [진짜 성숙]이라는 단어입니다.



사회적으로 전문직은 대우를 받는 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근데 그냥 딱 까놓고 생각을 해봅시다. 왜 대우받아야 하죠? 그냥 자기 좋은 일 하는 거잖아요.

한국 사회에는 변호사, 의사와 같은 '사'가 붙는 직업이 대우받는 의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교사도 그랬습니다. 요새는 교권이 낮아져서 속상한 마음입니다만, 교사를 꿈꿨던 저는 그래서 이 주제에 대해서 탐구했는데, 답은 명확합니다.

전문가가 대우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소명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소명의식이 없는 전문가'는 대우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 진짜 대우 빋아야 할 전문가가 명확해지죠.



형의 임종을 지키는 창희가 한 대사를 살펴보면 소명의식이 뭔지 조금 더 알게 됩니다.

"형 불안해하지 마. 내가 같이 있어줄게"
"형. 나는 이거 팔자 같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다 내가 보내드렸잖아. 희한하지. 내 나이에 임종 한 번도 못 보내드리는데.
근데 난 내가 나은 것 같다. 보내드릴 때마다 난 내가 여기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거든.

형 내가 세 명 보내봐서 아는데 갈 때 엄청 편해진다. 얼굴들이 그래."




남들의 마지막을 목격하게 되는 창희의 우연은 쌓여서 경험이 됩니다.

경험이 이상하게 그냥 감각되지 않았던 창희는 이제 더 이상 우연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습니다.

흘려보내지 않은 우연은 소명이 됩니다.


저는 창희의 대사에서 2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첫째, "근데 난 내가 나은 것 같다"며 가지게 된 자기 수용적 태도입니다.

창희는 드라마 내내 열등감을 대사로 많이 드러냈던 인물이었습니다.

"차가 없는데 어떻게 연애를 하냐"며 아버지께 대들고 "편의점 점주가 되고 싶다"며 창업비용도 없으면서 아버지는 왜 그러냐고 한방을 노리며 욕심을 부리던 인물이라 제가 유독 불안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자친구에게는 자기가 없어서 차이는 것보다 덜 좋아하고 지독하게 촌스러워서 차이는 사람인 게 나아야 할 만큼 자기 자존심이 중요한 사람이었는데, 세 번의 주변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며 창희가 역으로 자신의 삶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완전'을 꿈꿨기에 삶 내내 고통이었던 창희의 삶이 '온전'해졌음에 저도 마지막엔 편안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전문성을 가진다면서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 하지만 사실 전문성은 가진 것을 잘 보고 사랑하고 아껴주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창희의 소명도 자신을 늘 부족한 존재로 인식하게 했던 경험이 아니라 자신을 필요로 했던, 자신이 존재해야만 했던 그 우연과 경험에서 시작됩니다.


둘째, "형 내가 세 명 보내봐서 아는데 갈 때 엄청 편해진다. 얼굴들이 그래"라는 창희의 표지판 언어입니다.

표지판 언어는 그냥 제가 붙인 말인데요. 그 길을 가본 사람 중 뛰어난 소명의식을 가지는 사람만이 표지판을 붙인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낙석 주의', '어린이보호', 같이요. 누구는 보지도 못할 것들을 보고 경험하고 거기에 그걸 표현하죠. 일의 가장 멋진 점은 상대방이 '있다'는 것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형 내가 같이 있을게"라는 창희의 태도도, 형의 마음을 생각해서 불안해하지 말라며 다들 마음 편히 갔다며 다독여주는 창희의 표지판 언어도 참 멋졌습니다.


창희는 장례지도사 교육을 받기도 전에 이미 좋은 장례지도사가 될 자질을 갖춘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감 찾기



'소명의식'은 삶을 고민하거나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 인간이 자문하고 반추한 결과 가지게 된 자질과 역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그것이 자연스럽게 업으로 이어집니다.


생각해 보면 "난 꼭 돈을 벌 거야" "난 꼭 성공할 거야" 같은 이글거리는 눈과 행동력으로 하는 게 아니라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눈길이 가고 하게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냥 어느 순간 마음속에 들어오고, 그냥 뭐든지 다 받아들여지고, 그냥 움직여지는 그것을 타이밍을 만났다고도 표현합니다. 이게 나구나, 이게 내 운명이었구나 그렇게 깨어지는 순간이 옵니다.  









돌아보면 저도 대학교 때는 매주 수업 요약 에세이를 내고, 대학원에 가서는 Reflection Paper를 내는 게 교사가 되기 위한 전문성 학습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사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가 되어서 학생을 바꾸기 위해 나부터 바꿀 수 있는가, 나의 문제나 열등감을 학생에게 투영하지 않기 위해 자기 수양할 수 있는가, 사회의 문제가 계속해서 바뀌면 거기서 중립을 유지할 수 있는가 그 문제를 나한테 질문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교직이수 과정에서 이렇게 배우고 가는데 전인교육이 교육의 목적이라는 학교교육은 교사 선발 제도에서는 왜 이렇게 주체성이나 자율성을 죽이는지, 이후에 학교 현장에서 전문가로서 교사의 인식과 시스템은 왜 충분히 받쳐주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뒤로 하고 교직이수를 하며, 또 회사생활을 하며, 성인교육, 진로교육, HRD 프로젝트를 하며 사람을 육성하고 학습을 촉진하는 것에 오래 관심을 가져왔는데요.

전문성을 쌓기 위해 도움이 된 실질적인 경험 공부 및 기록법을 소개합니다.



1. 모든 것을 정의하고 모든 것을 증명하기

실제로 스스로 개념 정의를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저도 앞서서 '표지판 언어'라는 표현을 붙였는데요. 이렇듯 스스로 정의를 하면 더 기억에 남는 것도 더불어 남들에게도 자신만의 말을 기억하게 해 주거나 트렌드를 제안한다는 인상도 줄 수 있습니다.


저는  마인드마이너 대표 송길영 님이 "생각만 하고 공부를 안 하면 남들이 했던 말만 한다"라고 말하며 제안한 [Final Vocabulary]라는 개념이 참 좋았습니다. 세계가 달리지고 내가 성장하고 공부가 깊어질 때마다 단어를 업데이트하는 연습을 하는 게 전문성에 실용적인 도움이 됩니다.저는 개인적으로 단어만큼 확실한 세계의 진입로가 없는 것 같습니다. 검색도 단어로 하잖아요? 남이 제안한 단어를 통해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거나 내가 개념을 정의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거나 증명하는 과정을 통해 쌓아 가고 다르고 틀리고 맞았음을 알아가는 게 전문성의 발로이고 그런 걸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게 진짜 전문가라고 생각합니다.


Youtube ⓒ EO



2. 배워서 친절하게 설명해 보기


"지식인처럼 생각하고 무지한 사람처럼 말해야 한다"

철학자 버클리의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을 어린아이도 이해하게 한 번 설명해 보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러니 내가 이해한 걸 이걸 처음 본 사람도 이해하게끔 설명해 보라라는 뜻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머리로는 완벽히 이해했는데 그걸 말하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그런데 설명하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한 게 맞습니다.

마찬가지로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지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신입사원의 탓이기보다는 지시나 업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의 탓일 경우가 많습니다. 진짜 전문가는 자신이 있어 보이는 척 하기보다는 남들이 이해할 수 있게 정확하게 설명합니다. 저 역시 오히려 잘 모를 때는 더 자신감 있는 어조로 어려워 보이는 말을 섞어 쓰며 이 상황을 빠르게 모면하려는 편을 선택했습니다.


따라서 전문적인 내용을 비전문적인 언어로 기술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도 같습니다.


얼마 전 누군가가 "이 정도 길이와 자료조사를 하는 글이면 돈을 주고 파는 게 낫지 않아요?"라고 물었지만 "저는 배운 건 그냥 나누고 싶어요"라고 답하며 덧붙였습니다. 언젠가 이 글들이 저의 일이 더 잘 되게 도와줄 거라고 믿는다고요.

이 글을 보고 저를 찾아온 사람들과는 더 쉽게 이해도를 맞출 수 있을 테고, 저 역시 이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니 언젠가의 저와 저와 함께할 누군가를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자신감보다 '자신'감으로 쌓는 전문성


오늘의 글을 요약하자면 '자신'감을 쌓으려면,

1. "난 이게 좋아" 나를 위한 자기 수용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2. "이렇게 하면 좋아질 거예요" 상대를 위한 표지판 언어를 가져야 한다.
3. "지금도 좋지만 이렇게 하면 더 좋아질 거야" 함께 하기 위한 경험 공부 및 기록법을 가져야 한다.


창희가 이상하리만치 사람들의 죽음을 함께했다면 저는 이상하리만치 선배들의 퇴사날 점심을 많이 함께했습니다. 그때 저는 느꼈습니다. 어떤 일을 맡을 기회가 오는 것,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우연이지만 그것보다 어려운 일이 내가 그걸 하고 싶고,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구나. 그 일시적이고 우연적인 마음을 그때 꺼내지 않으면 영원히 떠나는구나. 이동진 평론가 말처럼 흘려보내지 않은 우연이 운명이구나. 팀장이었던 한 선배를 떠나보내고 서점에 간 어느 날 작가 OOO이 쓰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쩐지 프로젝트 끝날 때마다 격려글을 참 잘 쓰더라. 작가인 거 알고는 있었는데 내가 이 이름을 더 잘 알아보려고 그때 함께였구나, 이런 노력과 능력이 있었는데 내가 몰라봤구나. 다음에 또 마주하게 된다면 우연을 꼭 멋지게 잡으리다.




자기 언어가 있는 사람이 맥락을 잡는다.


부를 주소가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소가 없으면 찾아오지 못하고 보이게 하지 않으면 잡지도 못합니다.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 언어를 가지고 그것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기록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나를 이룬 것들을, 내가 쌓은 것들을 힘들지만 꼭 정의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마음에 드는 단어로 내 시간, 내 공간, 내 형태를 설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있는 곳으로 올 수 있습니다.

그래야 시간과 공간이 겹치는 우연이 생기기라도 하지 않을까요?



떠올려보면 하고 싶은 마음이 떠올라서 새로운 부서로 갈 때 그걸 설득한 방법은 대학교를 전공한 것도 아니었고 프로젝트 수행 경험도 아니었습니다.

브랜딩/마케팅 프로젝트를 하는 부서를 갈 때는 이제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브랜딩 관련 책을 읽었던 것들과 감각이 좋다고 생각한 브랜드 리플릿 모아둔 것, 50개가 넘는 브랜드 공간을 가서 모았던 것들과 느낀 점을 적어둔 노트들을 보여드리면서 말씀을 드렸고, 조직문화 프로젝트를 하는 부서를 갈 때는 결국은 이제까지 했던 모든 것들이 '경험'이라는 큰 관점에서는 같은 맥락이라는 것을 포트폴리오 맨 앞장에서 설명드리면서 나는 직원경험에 관심이 많고 이 역량을 회사 내에서의 경험 증진에 활용하면 임팩트가 클 것 같다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혼란스러운 게 없습니다.

사람들이 일하면서 행복해지는 해답 중 하나가 '전문성'이라 생각할 뿐이죠. 자신의 의미는 뭔지, 자신에게 일의 의미는 뭔지, 우리는 왜 함께하는지 그것을 알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 행복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자기 언어가 있는 사람은 변화할지언정 휘둘리지 않는다.


전문가가 다른 사람과 달라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같은 것도 다른 사람보다 꽂히게 표현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꽂힌다]가 가지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펼쳐놓고 보면 자신감 있는 태도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어떤 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이나 카리스마 같은 것들이 있네요.


"저 사람은 아우라가 느껴져"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아우라라는 말을 아시나요? 물어보면 저만 느끼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전문가들에게는 그 아우라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우라가 왜 보이고 느껴지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너무 모호하고 추상적입니다. 그런데 아우라라는 단어 역시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지죠?

아우라는 기품이라고도 부르고, 인체로부터 발산되는 영혼적인 에너지라고도 합니다. 우리에게 아우라가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어느 인물이나 물체가 발하는 일종의 영적인 분위기가 모두 아우라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바로 서 있고, 무엇보다 자기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등장하면, 그리고 입을 열면 분위기를 압도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거죠. 아우라 앞에서는 주로 감탄을 하게 되기 마련인데 어쩌면 아우라를 느낀다는 건 그 사람이 가진 내가 모르는 깊이에 일단 감탄하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식의 깊이든 경험의 깊이든 그런 깊이는 아름다움과 매력을 담는 그릇이 됩니다. 그럼 아름다움과 매력을 보며 우리는 감탄하게 되는 거 아닐지요.

하다못해 "오늘은 비가 올 것 같으니 따뜻한 국물 음식을 드시죠"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조차 아름다움과 매력을 느낍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진짜로 내리기 시작하는 부슬비를 보면서도 느끼고, 그 사람의 소개로 간 식당이 은근한 맛집인 걸 보면서 느끼고, 따뜻한 국물로 배를 채우니 하루 종일 몸의 컨디션이 좋은 걸 보면서 느끼죠. 그런 사람을 매뉴 선정 전문가라고 불러야 할까요?  이 사람과 함께 한 점심시간 그 짧은 1시간으로 이사람이 이 모든 것을 알게 되는 데에 쌓은 시간들과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경험, 세상과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질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첫 만남부터 이끄는 아우라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전문가가 되는 방법은 한 가지 입니다.

자기 자신이 되십시오. 자기 안의 가장 좋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여 그것을 개화시켜 주세요.

꽃말까지 만들어 내어 표지판으로 적어내면 그것이 다입니다.

너무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꽃이 안 피었다고 해서 자기 자신이 아니진 않습니다. 나무로 바짝 말라 있는 겨울에도, 더 돌아가 싹이 나는 순간에도, 더 돌아가 씨앗일 때도 매순간 자기 자신입니다. 그걸 잘 알아줘야 어떤 꽃으로 피어날지 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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