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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Nov 01. 2020

시댁에 거는 안부전화의 의미

통화연결 자체가 기쁨이었던 것을

그렇게 고군분투한 신혼생활 딱 일주일째, 주말 아침!      

쉬는 날이 되니 바로 5분 거리에 살고 계시는 시부모님이 떠오른다.

"어머니~"

"어"

"뭐하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오랜만이다?!"

말투가 결혼 전에 알던 그... 분이 아니신 것 같다.

"너는 결혼하기 전이랑 같은 줄 아니?! 일주일 만에 전화를 하게! 내보다 너희 시아버지가 더 화났다"     

'아... 진즉에 용기 냈어야 했어...'

'자주는 얼마나 자주를 얘기하시는 거야?!'내가 너무 모르나?'

여기저기 먼저 결혼한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물어도 보고, 졸지에 나쁜 며느리 됐다며 욕도 해 보았다가 

자주는 '3일에 한 번'이라는 어설픈 결론도 내려본다.     

완전 쫄보 새댁이었던 나는 결혼 전 시어머니의 모습과 너무도 다른 말투에도 당황했지만 예상치 못한 공격에 손이 떨리고 있었으나, 또 한 번 더 시아버지께 용기 내서 전화를 했어야만 했다.

시어머니보다 더 화가 나셨다고 하니...     

"아버님~"

"어, 그래..."

"아버님 화나셨다고요... 죄송해요..."

"왜? 왜? 뭐가?...."

진짜 몰라서 묻는 눈치셨다...

"아니 제가 안부전화를 안 드려서 화나셨다고..."

"아이고~그런 걸로 화를 내나... 별일이다! 주말인데 뭐하니?! 저녁에 밥이나 한 끼 하자!"     

다행히 싸늘한 목소리는 아니셨다.

무서운 시어머니의 센 말투에 비해 시아버님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못해 부드럽기까지...

분명 두 분 중에 한 분이 거짓말을 하고 계신 거구나 생각했다.     

결혼 10년 차에 확실한 답을 알았다!

"너희 시아버지가...."

시어머니께서 며느리가 맘에 들지 않아서 지적을 하고 싶으시거나 어머님의 화나는 포인트를 며느리에게 전달하고 싶으실 때! 딱 포함되는 시어머니만의 레퍼토리라는 것을...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래도 쫄보 새댁은 시어머니의 욕구를 충족시켜 드리기 위해 노력한다.

나름 3일에 한 번이라고 내린 결론에 맞춰 최선을 다해 본다.

하지만 깜빡하고 3일을 넘긴 날도 생긴다.

그럴 땐 더더더 용기 내어 전화를 걸지만 처음처럼 무섭게 혼내지는 않으신다.

일주일 만에 전화해서 엄청 혼났었기 때문에 어쨌든 일주일에 두 번은 하는 게 맞다고 정리 지어본다.

반복의 반복이다.          


결혼 10년 차인 지금 용건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한 번은 하고 있다.

참, 안 변하는 게 사람이다.

일주일에 한 번 해도 신혼 때처럼 혼이 나지 않는 건 이제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만큼 가족이 되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전화보다 텍스트가 편한 내향인이지만 텍스트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 시부모님께는 전화가 더 좋은 도구라 맞춰드려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웠다.

5분 거리에 살면서 안부전화를 거는 거 자체가  형식적인 느낌이었고, 그래서도 찾아뵐 용건을 만들거나 일부러 용건을 만들어서 전화를 걸었던 나도 참 어려운 사람이었다.

이제는 확실히 알겠다.

그냥 용건이 없어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할 말이 없어도 전화를 걸면 된다.

자식들과 통화연결이 되는 것만으로도 부모님들은 그냥 기쁨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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