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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혼 Oct 18. 2024

소풍 가는 길

어른에게도 소풍은 필요합니다.

 출근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참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출근길의 지하철은 참 조용합니다. 저마다 가야 할 길을 가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스마트폰과 함께 자신만의 공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적막을 깨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하철 문이 열림과 동시에 소란을 수반한 몇 명의 아이들이었습니다. 중학생 남짓되어 보이는 그들은 옷차림새를 보아하니 어딘가를 가려는 듯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정거장이 되었을 때, 그들의 또 다른 무리로 보이는 아이들도 함께 탑승하였습니다. 뜻밖의 장소에서 만남이 놀랍고 반가웠던 그들은 지하철이라는 장소를 잠시 잊고 목소리를 내며 서로에게 말을 꺼냈지만 이내 곧 출근길 지하철의 법칙에 따라 조용해지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조용해지는 것도 잠시 우리가 길을 맞게 가고 있는 게 맞는지, 지금 여기 서있는 게 맞는지 등의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 서있었고 오늘따라 이어폰을 끼지 않았기에 소리가 다소 시끄럽다고 생각하며 그들을 쳐다봤을 때, 아이들의 들떠있는 얼굴과 핸드폰이 아닌 친구들을 서로 바라보고 있는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그 주변의 직장인들과 다르게 혼자만이 아닌 함께 모인 공간에서 기분 좋음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소풍을 가는구나.'


 학교가 아닌 새로운 곳으로 정해진 시간까지 도착해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아마 똑같은 곳을 가고 있는 직장인들의 마음과 전혀 달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전달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소풍이었습니다. 


 소풍, 심신의 단련을 중심으로 자연을 관찰하고 감상하며, 역사문화유적이나 시설 등을 견학하는 목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 합니다. 아마 우리 모두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은 겪었을 소풍을 맞이해 보았을 것입니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새로운 곳을 정해진 시간까지 가야 하므로 학교를 가던 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준비하며 친구와 약속했던 장소로 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기한 것은 여느 날과 똑같이 일어났을 텐데 그날은 가는 내내 들뜬 마음이었고 지루하다는 생각이 딱히 들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곳이기에 두렵다기보다는 설레었고 피곤하고 지치다기보다는 재밌었고 신이 났었습니다. 그 기억을 떠올리고 나니 나는 사회에 나온 이후로 소풍을 나에게 잘 주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풍에는 위에 기술한 의미 외에 기분을 돌리거나 머리를 식히기 위해 바깥에 나가 바람을 쐬는 일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익숙하게 겪는 장소와 다른 장소에서 활동을 할 경우, 환경이 달라지는 것에서 새로운 경험이라는 느낌을 전달받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학생들에게 소풍이 그런 느낌을 전달해 주는 것처럼 꼭 휴가가 아니더라도 잠깐의 짬을 내어 산책을 하는 것과 같은 나의 평소와 다른 환경을 접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에게 소풍을 잘 주고 있을까.'


 학교를 다닐 때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소풍이라는 행사를 만들어줬지만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게는 그 소풍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은 바로 나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나에게 소풍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나는 그 시절의 나처럼 두근거리거나 재미있어 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라는 선생님은 나라는 학생에게 소풍의 기회를 더 만들어주며 머리를 식혀줘야 한다고 봅니다. 소풍 이후의 학생들이 더 의욕이 살아났듯이 그래야 나도 더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금요일, 이번 주도 고생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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