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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 Nov 27. 2024

시 Poem



다시 찾아왔다.

검을 바라보고 검에 나를 투영하였다.

검과 나의 무게 중심을 다뤄야 했다.

넘어지기 일쑤였던 나에게 도장이 세상 전부였다.

그곳에서는 번민과 야망이 잊혔다.



칼을 다루시는 그분의

부드럽고 선한 가르침, 눈빛은

미련한 조금함과 상처받아 뿌리내린 성남까지

다스리거나 감싸주셨다.

따스했지만 또한 헐벗은 것처럼 야생적이었다.



야망은 검사(劍士)가 속히 되라며

스승의 인도와는 다른 길로 나를 끌어당겼다.

세상 속 권력의 정복자로서

수많은 세대의 왕이자 도적처럼

그리로 가자며 달콤하게 유혹했다.



스승이 보여준 도검은

검사 자신을 찌르는 검이었다.

폐부를 낱낱이 도려내어 스스로 응시하라셨다.

기름덩이를 제거하는 것도 검사 자신이어야 했다.

도로 삼켜 넣어 버릴 수만 있다면.



도피란 허락되지 않는 시간, 처참한 정체를 바라봤다.

비명을 질러도, 한 없이 참회의 눈물을 쏟아도,

소리도 없지만 끝도 없이 맴도는

정죄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막아도 다른 길은 없었다.

시인하며 떼어내야 했고 게걸스럽게

내 주변을 맴도는 늑대에게 던져주어야 했다.



스승과 나 사이의 도살을 닮은 이러한 훈련의 반복.

야망을 도려내는 순간이 오자, 나는 반기의 깃을 치켜들었다.

정지한 듯한 공간, 도장을 벗어나고야 말았다.

검술이 늘어갈수록 스승의 조용한 법도가

떠들썩하고 화려한 세상 속 야망과는 달랐다.



복수심과 야심이 정체를 드러내며 얼굴에 드러났다.

훈련의 지루함으로 게을러져서 진압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나의 야심이 드리워진 성난 눈은

스승의 자애로운 눈을 마주하면서도 그를 노려보았고

결국 그분의 심장을 향해 칼을 들고 달렸다.

그를 깊게 찔러 파헤쳤다.

매일 바라보던 그 늑대처럼 야비한 웃음과

사라지지 않을 내 속사람의 눈물이 범벅되었다.

그 순간을, 이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 일어났고 여느 때처럼 걸어 나왔다.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스승은

조금도 약해지거나 의심조차 품지 않았다.

그분의 기다림이 그분의 믿음을 증명한다.

돌이켜 돌아올 시간을 알고 계셨다.



도검을 사용하는 자의

권세와 대가를 기억할 계기를

끄덕도 없이 기다리셨다.



서슬 퍼렇고 아름다운 도검에

나의 콧대와 눈빛을 비춰본다.

우리가 서로 아는 것을 다시 세워간다.

내 속 깊은 곳 폐 부안에 감춰둔 기름덩이를 꺼내

들짐승이 먹이를 뜯을 때처럼

뚝뚝 떨어지는 핏자국을 바라본다.

피로만 나의 영혼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

 


스승의 도검으로

나의 영혼을 파헤치는 이 공간

이 훈련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심호흡을 시작하며

훈련의 유익을 기억한다



전사가 되기까지

셀 수 없었던 두려움과 의심을 품었다.

힘이 자랄 때는 배신하며 거칠어졌다.



스승의 포기할 줄 모르는 믿음과 확신이

다시 전사로서 살게 하실 것이다



한 호흡에

자유를 들이마신다.



진정한 자유가 절제 속에서 춤을 추게 한다.

내뱉은 호흡에



자신을 다스리는 전사로

세상을 응시하며 살게 하시리라



킬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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