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엄마
우리가 한 가지 더 이해해야 할 마음은 '엄마에 대한 아이의 사랑'인 것 같구나. 이것도 네가 무시하고 있는 너의 세 살 아이의 마음이지. 아이는 엄마가 아무리 싫다고 표면적으로는 외쳐도, 마음속 깊이 사랑한다는 걸 네가 아마 제일 잘 알고 있을 거다. 넌 네게 그렇게 가혹했던 엄마를 기어코 용서했어. 힘든 시간을 지내며 엄마와의 정신적 분리를 원했던 것이, 바로 건강하게 그녀 곁에 머물기 위해서였다는 사실, 기억하니?
그렇게 모든 세 살 모든 아이들은 자신의 엄마를 가슴 깊이 사랑한단다. 아직 '평가나 판단'의 목소리들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절한 비판도 불가능하지. 이 세 살 아이 덕분에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고, 많은 아이들이 학대받으면서도 엄마 옆에 붙어 떠나지 못하는 강력한 이유이기도 하지. 지금 너의 세 살 아이도, 너에게 혼나고서도, 네가 신경질 내도, 큰 소리를 쳐도, 금방 까먹고 해맑게 웃으면서 안아달라고 다리를 붙잡고 달라붙고 매달리지 않던?
사실,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은,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엄마에게 주는 것일지도 몰라.
그 순수한 아이의 마음을 바꾸려 노력하지 말았으면 한다. 너의 엄마를 향한 많은 마음들 중, 그 그득한 사랑을 그냥 바라볼 수 있다면, 너의 남편의 자신의 엄마를 향한 사랑도 자연스레 인정하게 되는 날이 있을 거야.
물론, 너는 혹독한 분리 과정을 거쳤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너의 부모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고, 부모의 욕을 해도 너를 욕하는 것이 아니라 분리해 낼 수 있게 되었지. 다만, 거기까지 이를 수 있었던 과정이 어땠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자.
두 명의 엄마 아빠 같은 능력 있는 상담자가 필요했고, 총기간으로 치면 꼬박 6년의 시간이 걸렸으며, 극단적으로 서로 보지 않는 2년이라는 결별 기간을 겪었지. 그동안 너는 매일밤 수많은 꿈을 꾸다가 새벽 3시만 되면 일어나는 일을 겪었고, 내면에 몰아치는 폭풍우를 겪어냈으며, 모든 걸 박차고 유럽 여행에서 수많은 신이 깃든 사람들도 많나고, 산티아고 순례길도 한 달간 걸어봤지. 수 없이 울고, 불같이 일어나는 화를 견뎠고, 수많은 책을 읽고, 치열한 내면작업을 버텨냈다. 그래, 외부에 존재하는, 그리고 내부의 내면인격으로 존재하는 내재화된 부모에게서 벗어나는 일이란 그토록 힘든 일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기억하렴. 그리고,
그때, 네 곁엔 누가 있었는지도.
두 명의 생명줄과도 같은 능력 있는 상담자들. 그리고 너의 그 힘든 과정을 같이 지켜보고 때로는 같이 싸워도 준, 너의 남편이 네 곁에서 편이 되어줬기에 가능했음을 다시 기억해 보렴. 그만큼 수많은 동아줄이 있어야 겨우 가능한 너무도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곁엔 누가 있지?
네가 엄마한테 독립도 못한 애 같은 사람이라고 현재 결과만 보고 돌아서버린 것 같구나. 그는 아마 자신이 왜 그래야 하는지도, 혹여 하려고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데 말이다.
우리가 부모 욕을 들으면 울컥하고 화가 나는 이유는, 우리가 내면에 부모 인격을 형성해서 자연스레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 걸 너도 알고 있지. 자신이 사랑하는 내면인격이 공격받을 때, 우리는 내가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지. 그 내면인격과 자연히 동일시가 되어있거나 그 순간 일어나기 때문이야. 그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리고 그 내면인격을 객관적으로 분리시켜 보는 과정은 네가 겪었듯이 엄청난 작업이다.
그 부모인격을 남편의 맘속에, 거기에 그대로 두거라. 없애라고 하지 말고, 거기서 떨어지라고 하지도 말고.
그 작업을 할까 말까 결정하는 것은, 그의 몫이니. 그 인격이 불편하고 싫어지고 거기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그때 그가 마음먹는 것이니. 아직은 그들로부터 위안받고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클 것이니. 그걸 비난하지 말고, 네가 그에게 더 따뜻한 위안이 될 수 있게 노력했으면 한다. 너에게 더 기대어 포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그래서 더 이상 그들의 내면인격이 필요하지 않도록. 네가 더 따뜻하고 포근하고 안락한 느낌이 들도록. 네가 그 안의 '어린 소년'에게 새로운 보호자가 될 때, 그는 비로소 그의 부모를 떠날 마음먹는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따뜻하게 그의 옆에 존재하는 것뿐이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따뜻하게 그의 옆에 존재하여 또 다른 그의 내면 인격이 되는 것이다.
기억하렴, 너의 아이들이 네게 보낸 수많은 편지들을. 잘 들으렴, 너의 세 살 아이의 엄마를 향한 그 애정 어린 목소리를. 그리고 그 마음을 거기에 그대로 두렴. 비난하지 말고, 잘못되었다 말하지 말고 그냥 보렴. 네가 그것이 아주 자연스럽다고 인정할 수 있을 때, 아마 그 소년의 그 어머니를 향한 그 마음도 거기에 그대로 있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거야.
그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과,
싸우지 말거라. 그냥 두어라.
그리고, 기억하렴. 우리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누군가에게 받아봐야만 그 방식대로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원래 우리가 이미 그런 능력을 갖추고 태어났음을, 그 엄마를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은 원래 내 안에 있는 '세 살 아이'의 본능적인 능력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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