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었던 14년 전에는, 한국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또한 아시아 사람들 또한 거의 없어서 나는 순례길 동안 만난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았었다.
-엄마한테 허락은 받고 왔니? 너 미성년자 아니었어?
-너 혹시 한국에서 엄청 유명한 사람이니?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 걷는 거니?
-도대체 한국에서 여긴 왜 온 거야? 너희 나라 주변에도 좋은 데 많은데 굳이 여기까지?
여행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사는 세계를 접촉함으로써 나를 성장시킨다.
내가 하는 여행은 관광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사람을 만나 이야기함으로써 나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받았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나를 알아가는 여행'이 되었다. 그들이 묻는 질문에 스스로에게 진솔하게 답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질문들이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엄마의 허락은 필요치 않았어. 나는 성인이거든. 사실, 엄마는 울며불며 내가 죽을 곳으로 떠나는 것처럼 난리를 쳤지만, 나는 처음으로 그걸 거부하고 핸드폰도 없이 여행 왔어.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아. 그냥 여기가 좋아서 온 것뿐이야.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이 모두 여기 있었어.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나는 유럽 문화와 그리스 로마 신화에 푹 빠져버렸거든. 그리고 내가 있는 곳에서 가장 먼 곳으로 와서 그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어.
관광과 여행은 분명 다른 목적을 가진다.
관광은 그 장소와 건축물, '대상'을 제삼자로서 구경하는 것이라면, 여행은 그 세계로 들어가 그 세계 안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권유하고,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여행을 했다고 믿는다.
그 여행의 여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세계관을 접했으며, 나와는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보고 조금은 쇼크를 받았다. 항상 바삐 살고, 무언가를 꼭 해내야만 하고, 공부에 집착하고, 성실과 바쁨을 기치로 살아가는 내 세계에 있다가 다른 세계로 오니, 그들은 여유로웠다. 다른 가치들을 가지고 있었다. 내 눈을 보고 이야기하고, '내가 누구인지'에 관해 물었다. 물론, 이는 내가 사는 세계에서도 가능한 것이었지만, 나의 경우는 지구 반바퀴를 돌아서 내가 사는 곳의 반대 대륙에 와서야 이룰 수 있는 그 무엇이었던 것이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그 대답을 기다렸다.
이것을 위해서 여행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끊임없이 질문을 받고, 대화하고, 그러면서 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어떻게 소개할지 내 생각을 가다듬어 나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좋아지고, 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웃음을 되찾고, 내 곁에 있는 모든 생명체와 환경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깔깔 웃고, 그렇게 싫어하던 카메라도 선뜻 내밀면서 사진을 찍어도 개의치 않았다.
그 당시 찍었던 사진들은 모두 활짝 웃고 있었다. 여행의 즐거움이었을지 몰라도, 나는 그때 몸은 최고로 피곤했으나, 마음은 가장 맑게 정화된 상태였다.
동물들과 눈빛을 나누며 진심으로 대화했고,
사람들을 만나 진심을 나누며 대화하고 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어쩌면 이것은 연습에 불과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삶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연습.
앞으로의 삶은 그럴 것이었다.
나에 대해 묻고, 상대에 대해 궁금해하고
진솔하게 묻고 대답하고 웃고 삶의 가치를 나눌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떤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기존의 답답하고 틀어박힌 삶에서, 열린 마음으로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품을 사람으로, 세상을 궁금해하는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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