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와 호의의 결정적인 차이
작은 친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친절은 끝없는 파동을 만들어낸다.
Remember, there’s no such thing as a small act of kindness.
Every act creates a ripple with no logical end.
— 서양 격언
스위스 국경의 작은 기차역.
나는 그 날 바로 독일로 넘어가기 위해
남은 돈을 전부 유로로 바꿔버린 상태였다.
그때만 해도 유로는 ‘통합 화폐’라는 설레는 기운이 가득했지만,스위스는 유로가 아닌 고유 화폐 프랑을 쓰고 있었다.
문제는 내 기차가 기약없이 연착되면서 시작됐다.
예상치 못한 기다림 속에 배는 계속 고파지고,
가판대에서 풍겨오는 쏘세지 냄새는 더욱 날 시험했다.
더구나 그 당시 신용카드 사용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지금 은행에 다시 가서 돈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배가 너무도 고픈 나는
손에 쥔 유로 지폐와 동전을 내보이며 애타게 말했다.
“혹시 유로로 받아주실 수 없나요? 제발요.
지금 은행으로 다시 가서 환전하기엔 제 기차가 언제올지 몰라요”
하지만 가판대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사정을 해도 거래의 언어는 단호했다.
화폐 단위가 맞지 않으면, 아무것도 살 수 없다.
난생 처음 맛보는 처절한 배고픔과, 수치심,
그리고 너무 막막한 당황스러움이었다.
그 실랑이를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한 스위스 여자가
다가왔다.
“혹시 제가 계산해 드려도 될까요?”
라고 말하고는 친절하게 동전 지갑을 열어 5프랑을 내밀었다
“소시지 맛있게 먹고, 여행 즐겁게 하세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며 물었다.
“어떻게 갚아야 할까요? 나중에라도 꼭 갚고 싶은데요.”
그녀는 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나중에 만날 수 있다면요, 기꺼이요.
하지만 그 전에, 당신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잘해주면 되죠.”
그 말은 마치 오래된 격언 같이 내 머리속을 환하게 밝히며 지나갔다.
거래와 호의의 차이가 이것인 듯 하다.
거래, 내가 해준 만큼 나에게 어떤 것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
호의. 자신이 준 친절과 수고에 대해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것.
그 어떤 작은 친절도 헛되지 않다.
누군가의 호의는 파동을 그리며 다른 이들에게 퍼져나간다.
거래는 언제나 주고받은 것과 준 것,
그 가치를 따져보고 그 계산을 끝내야 마음이 편안하다.
그러나 그 여인, 그리고 여행 내내 내게 베풀어진 진정한 호의는 어떤 계산을 요구하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되갚아야 할 대상은 그녀 또는 그들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마주칠 또 다른 누군가였다.
호의는 직선이 아니라, 원을 그리며 순환한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다.
그리고, 호의와 거래를 분별하는 법을
그 날 처음 제대로 배운 것 같다.
지금도 그날의 오동통했던 쏘세지 맛을 기억한다.
배를 채운 것은 음식이었지만,
마음을 채운 것은 그녀의 환한 웃음과
“호의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라”는 그 한마디였다.
여행길에서 나는 수없이 많은 거래를 했지만,
가장 깊이 남은 건 언제나 이런 순간이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호의들
그리고 그것을 나도 이어갈 수 있다는 따스함.
세상은 물론 거래로 움직이는 냉혹한 곳이지만,
결국 우리를 사람답게 만드는 건
이해타산적인 계산 너머에서 건네는
아주 작은 친절임을,
나는 그 국경의 기차역에서 배웠다.
지금도 나는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 때
아직도 나는 그 여인을 떠올린다.
"언젠가 만날 수 있다면, 기꺼이 받을께요.
그러나 그 전에 당신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잘해주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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