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랑새의숲 Nov 29. 2023

천둥 벌거숭이의 여행이 시작된다.  

 - 여행의 계획

퇴사를 결심하고, 긴 장기 여행을 계획한 그 날부터 나는 세계지도를 펼치고 루트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중고등학교 세계사 시절에, 또 대학교 4년 내내, 외국계 회사에서 도대체 무엇을 배웠던가 싶을 정도로 나는 유럽 지리와 역사에 대해 무지함을 다시 느끼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만류했다. 미쳤냐고. 여자 혼자 유럽여행을 4개월씩이나? 그것도 오지로 다니겠다고? 핸드폰도 없이? 소매치기 당하면 어쩌려고, 납치가 극성이래,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못들었어? 터키에서 털린 사건 못 들었어? 정말 너무너무 위험해. 유럽 집시 이야기 들었니? 장기 털린 이야기 혹시 들었어?? 다녀와서 재취업은? 너 나이 서른이야. 어쩌려고 그래? 혹시 모르니 휴대폰은 가지고 가! 


모두의 걱정 어린 조언과 충고,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의 극심한 반대에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응... 난 그래도 갈거야.
누가 뭐래도 난.. 갈거야. 안 가면 죽을 것 같아. 


정말 그랬다. 지금 한 번 내 삶을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나의 미래가 과거의 연장이라면 정말 희망이 없어 보였다. 직장, 환경 그 모든 것들을 떠나서 지금 삶에는 '내' 가 없었다. 


이제까지 살면서 '내가 누구인지' 탐색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의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어떤 여행자인지, 어떠한 그림들을 보며 감탄하는지, 조각을 좋아하는지 회화를 좋아하는지, 어떤 화풍을 좋아하는지 알게 된 것은 여행하면서 경험하며 알게 되었던 것들이다. 그 당시엔 , 도대체 내가 '유럽 역사'에 왜 이끌리는지, 그 이국적인 고적들을 왜 내 두 눈으로 보고 싶은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단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그리고, 그랬다.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나의 선택은 언제나 옳았다.
비록 시행착오가 있었을 지라도, 모두 내게 당시엔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들이었다. 


출발지는 내가 가장 이국적인 타인이 될 수 있는 문명, 이슬람. 그 중에서도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의 치열한 접전지였던 터키에서 시작하여 산티아고 드 깜포스텔라, 일명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을 걷는 일정으로 여행 계획을 세웠다. 


터키 -> 그리스 -> 이탈리아 -> 스위스 -> 독일 -> 프랑스 -> 스페인 , 산티아고 드 깜포스텔라. 


혼돈스런 이슬람 국가에서 시작해서, 
열정으로 들끓는 낙천적인 스페인으로 끝나다.  



대략 루트는 이렇게 짜놓고, 중간 여행지는 거의 정하지 않았다. 숙소조차 예약하지 않았다. 

여행을 하면서 변해갈 내 모습과 내면만큼 가고 싶은 곳이 그때 그때 달라질 터, 어딘가에 묶이지 않도록 예약을 최소화했다. 다만, 꼭 가고 싶었던 1년에 한 번 열린다는 이탈리아의 씨에나의 말 축제 기간만 숙소를 예약하고 모두 비워두었다.  


준비물은 Lonely Planet 책 한권, 그리고 배낭. 
휴대폰도 없이 정말 일상으로부터 완전한 off.


비행기표 끊어놓으니 어찌나 시간이 안가던지. 

드디어 대책없는 개구장이의 여행이 시작된다. 




#세계여행기

#유럽여행기

#자유여행기

#퇴사여행기


이전 02화 저, 유럽으로 떠나고 싶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