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오르는 사랑(burning love)은 행복할까?

잔잔한 사랑도 뜨거워질 수 있다

by 연대표


요즘엔 시끄럽게 사람 많은 곳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자연 속이 좋다.
30대가 되어서 인가, 자연의 좋음을 알아서 인가? 알 수 없지만...




오늘은 친구와 캠핑장에서 한가로운 주말을 보내기로 했다.
가을이라 그런지 날씨도 선선하고, 도토리도 떨어지고 캠핑하기 딱이다!
둘이 앉아서 모닥불을 피우는데, 모닥불 타는 걸 보고 있으니 그 자체로 힐링이다.
‘딱 따다 따따 딱 ...’ 모닥불이 타는데 마음이 왜 이리 편한지 모르겠다.
해외에는 모닥불만 타는 걸 방영하는 힐링 방송이 있다더니,
불규칙적인 모닥불과 타는 하모니는 스트레스 쌓인 일주일을 날려버릴 만큼 강렬했다.

일주일 동안 회사 이야기, 세상 사는 이야기, 그간 지내온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참 되었을까, 친구는 조용히 내게 ‘지금 사귀는 남자 말고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 사람을 보고 있으면 20대 초반에 느끼는 불타오르는 감정이 느껴진다나...’

불타오르는 감정이라....

풋풋했던 20대 초반에야, 친구들의 연애 고민들에 난 항상 ‘너 마음 가는 대로 해!’라고 쿨한 답변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생각이 다르다.

5년간 연애 해온 남자가 있었다. 미륵보살의 기운을 받았는지 잔잔하고 평온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다. 특이하게 클래식과 발라드를 좋아했고, 주말엔 야구를 취미로는 한국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내면을 탄탄하게 다지며 마음의 평온을 찾는 친구였다. 그런 사람과 오래 만나니, 바람 잘 날 없는 친구들의 연애가 살아있는 것 같았고, 우당탕 좌충우돌 연애가 부러웠다.

흔히 나쁜 여자들은 이런 남자를 두고 ‘오빤, 결혼상대지만, 연애 상대는 아니야’라고 말한다.
맞다. 난 나쁜 여자였다.

연애 생활에 어떠한 변화도 서프라이즈도 없이 지내던 날, 나는 전혀 반대의 성향을 가진 남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활발하고 능동적이고, 친구들 사이에 둘러싸인 리더십 있는 남자, 마치 어느 화려한 비치 클럽에 온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 나는... 무언가에 끌리듯 사귀던 남자를 정리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순간적인 불꽃같은 무언가에 끌려버렸다.


게발 선인장 꽃말 : 불타는 사랑


선택하는데 오래 고민하지도 않았다.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닌 것처럼... ‘마음 가는 대로’ 했고, 결국 잔잔한 강에서 파도치는 물살을 타게 되었다.

우리는 매일매일 서로를 만났고, 정말 짧은 시간 감정이 강하게 타올랐다. 그리고... 그 감정에 휘발유를 붓듯 치열하게 다퉜다. 그의 활발한 성격은 공격적으로 변했고, 리더십은 나를 구속하고 모든 것을 ‘제멋대로’ 하려고 했다. 둘러싸인 친구들을 유지하려고, 둘만의 데이트는 뒷전이었고, 화려함 뒤에는 깊이가 없었다. 서로에게 끌렸던 찰나의 감정 때문에 우리는 서로가 N과 S극 인지도 모른 채 서로를 밀어냈다.

격렬한 다툼 뒤에 서로에 대한 불신이 자랐고, 서로의 일상들을 갉아먹으며, 평생 하지 않을 감정 소비들을 다 해버렸다. 그리고 정말 너덜너덜이라는 말밖에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정신이 피폐해진 후에야 돌아서게 되었다.

나는 누가 내 인생에 가장 최악의 경험과 중요한 경험이 뭐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 폭풍의 시기를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인생에 엄청난 교훈이었고 뼈저린 경험이었다.

빠르고 강렬한 것, 화려한 것 그 이면을 보자.
나에게 맞는 걸맞은 옷을 입고,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자.
불타오르면, 불에 타 죽을 수도 있다.



나에게는 잔잔한 사랑이 최고였다.
나에게 맞는 사람은 일관되고 평온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후.... 나는 남편을 첫 소개팅에서 만나자마자 바로 구분할 수 있었다.
나에게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사랑해도 될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결혼 2년 차이 우리는 여전히 잔잔하고 따뜻한 사랑을 하고 있다.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힘든 일에 부딪치곤 한다.
우리는 행복, 기쁨, 감동 외에 좌절, 슬픔, 우울, 억울의 감정들을 겪게 된다.
그런데 자주 보는 연인한테 까지 분노, 화남, 복수.... 를 겪는다고 생각해보자
으악!.... 그야말로 불행의 시작인 것이다.

일상의 잔잔함을 지키고 싶다면, 나와 맞는, 평온한 사람이 최고인 것이다.
이건 진리다.

더 이상 화려한 이벤트에 놀라고, 그의 격렬한 분노에 놀라고 싶지 않다.
이제는 잔잔한 사랑도 충분히 내가 견딜 만큼의 온도까지 뜨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와타나베 준이치)에 보면,

“냉정하게 말해 결혼이란 한 쌍의 남녀가 ‘일시적인 열정에 사로잡혀 한 가정을 이루고 좁은 집에서 함께 사는 것’입니다”


라고 되어 있다.



친구야... 너의 일상과 인생을 지키고 싶다면, 활활 타오르다 속이 시커멓게 타는 것보다
따뜻한 온기가 좋은 것이야.

모닥불이나 쐬고, 집에 가자.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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