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연세가 드신 후론 한약을 일절 안 드신다. 이유는 죽을 때 숨이 잘 끊어지지 않아 자식들 고생시킨다는 것이다. 엄마의 신념은 도저히 꺾을 수가 없다. 홍삼 선물이 들어와도 거의 안 드신다.
며칠 전 집에 도착하니 문 앞에 쌍화탕 한재가 도착해 있었다. 남편이 나와 상의 없이 엄마상태를 보고 주문한 것이다. 쌍화차가 기력회복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한다. 그런데 모든 한약, 보약은 거부하시는 터라 걱정이 되었다. 한 잔을 권해드리자 당연히 거부하신다. 먹어봐야 힘 쓸데도 없고, 아직기운이 있다고 말하시고 돌아누우신다. 난 한두 번 설명하다가 그냥 포기하고 만다.
늦게 들어온 남편이 찻잔을 들고 엄마방으로 들어간다. 아주 부드럽고 공손한 말투로 "장모님! 이거 아침저녁으로 반잔씩만 드세요. 매일 드시면 지팡이 없이 걸어 다니실 수 있어요" 엄마마음이 온화해지도록 말한다. 엄마는 웃으신다. 사위의 챙김에 기분이 좋아지신 것 같다. 평소 남편은 말을 부드럽게 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쌍화탕을 드시면서 엄마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잠도 덜 주무시고, 말도 좀 더 하시고, 참견도 하시고, 청소도 더 열심히 하신다. 드디어 깔끔하지 못해서 금지시켰던 설거지까지 하신다. 다시 한번 그릇 점검은 나의 몫이다. 그래도 엄마가 활발해지셔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