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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라도봄 Aug 29. 2024

미생? 완생을 향하는 갓생이라 부를게

티처스 19회 : 바둑유망주였던 ADHD 학생의 공부독립기

[도전학생의 이야기]

프로바둑기사를 꿈꾸며 중학교도 자퇴를 하고 바둑에 올인했던 고1학생 현성 군. 그러나 16세 이하 어린 바둑꿈나무들 중 프로가 되는 인원은 단 두 명이라고 해요. 60명 중 16강까지 올랐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신 후 중등과정을 검정고시를 치르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오랜 기간의 공부공백이 있어 어머니와 그 공백을 채워온지 이제 8개월. 분수도 모르는 상태에서 고1수학까지 8개월 만에 도달했다는 말에 정승제선생님은 혀를 내두르며 대단하다 인정해 주십니다.

지능은 뛰어난 편이지만 10살 즘엔 밥을 먹는 것조차 힘겨운 ADHD였다고 해요. 바둑도 ADHD의 치료의 일환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바둑은 실력이 빨리 늘어서 쾌감이 있었는데 공부는 그렇지 못해 답답하다는 현성 군. 수학은 상대적으로 잘하는 반면 국어와 영어는 긴 문장을 읽는 것이 답답하고 두렵기까지 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학업고민이 깊다고 말하는 학생이었지만, 일상을 촬영한 영상을 봤을 때 도전학생의 '불안'을 잘 다루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안이 높아서 성실히 공부를 하는 면도 있겠지만, 불안이 높으니 과민해져서 쉽게 '망했다'는 말을 하며 좌절감을 느끼는 듯 보이기도 했어요. 게다가 아직도 엄마가 없으면 더 불안해지는 '엄마 껌딱지' 고1. 그러다 보니 엄마가 전문직인 회계사 일도 포기하고 아이에게 밀착해서 케어해주고 계셨어요. 정말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텐데도 어머니는 시종일관 차분하게 아이를 안심시키며 대화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엄마에게 너무 많이 의존하는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는 너무도 세심히 아이공부를 챙기는 어머니와 살짝 충돌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만 두 분 다 아이에 대한 이해가 높고, 아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잘 다루고 계신 듯 보여서 현성 군으로서는 좋은 부모님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티처스 최초 국어공부 팁]

EBS강사이자 현재도 공립 고등학교 선생님이신 명지희 선생님이 티처스 최초로 국어 과목에 대한 조언을 주셨습니다.


1) 중학교 사회, 과학 교과서 정리해 보기

학교 교과서야 말로 최고의 비문학 도서입니다. 수능의 비문학 지문에 나오는 다양한 분야(경제, 법, 과학, 철학, 역사 등)의 기초적 지식을 여러 전문가에 의해 잘 다듬어지고 완성된 문장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상과 짧은 문장에만 익숙한 아이들에게 긴 호흡의 글은 그저 귀찮고 지루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교과서보다 문제집의 요약 부분이나 학교나 학원 선생님이 정리해서 나누어 준 프린트만 보고 공부합니다.

'공부머리 독서법'의 최승필 저자도 요즘 교과서를 보고 요약정리를 시키면 그걸 할 수 있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지라도 교과서 읽고 모르는 단어나 용어의 뜻을 찾아보고, 글의 내용을 스스로 요약, 정리해보는 것은 고등학교에 가서, 아니 평생 공부에 도움이 될 거라고 저도 확신합니다.


2) 중학 과정의 결손을 메꾸자 (개념어 공부하기)

중간고사 시험지를 본 선생님은 중학교 때 배우는 기본 개념어를 모르는 것이 드러난다며 그 부분을 채워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국어는 범위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국어도 분명히 교과과정이 있고 그 교과과정은 계속 누적된 채로 시험범위가 됩니다. 시중에 중학국어개념을 정리해 둔 문제집이 있습니다. 성실한 현성 군이라면 짧은 기간 동안 충분히 채워 넣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정식선생님의 치유의 솔루션]

이번 조정식 선생님의 솔루션은 영어보다 훨씬 중요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언급해보고자 합니다. 학원 레벨테스트를 보고 마음이 너무 조급해져 심한 불안과 좌절감을 보이는 도전학생에게 정식샘의 찰떡같은 비유의 인사이트를 던집니다.

"바둑 둬봐서 알겠지만, 처음부터 대마를 잡겠다고 덤비면 그게 잡아져? 공부도 똑같은 거야. "

초등 중등부터 장기간 공부를 쌓아온 아이들을 단기간에 다 따라잡겠다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차분히 생각해 보면 현성 군도 알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정식샘도 전현무 씨도 도전학생의 아버님도 재수했다는 걸 상기시키면서 남들보다 조금 늦어지는 것은 별일 아님을 상기시켜 줍니다. 초조한 현성이의 마음을 잡아주는 정식샘의 팩트지만 따뜻한 말들!


솔루션을 하면서도 '자신감'을 강조하고,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못하는 도전학생을 다그치지 않으면서도 격려해 가며 진행하는 선생님도 감동이었고, 정식샘이 감동할 정도로 성실하게 매일 공부기록을 녹화해서 보내는 학생도 너무 기특했습니다. 엄마와 잘 떨어지지 못하는 현성 군을 기다려주면서도 중간에 해석이 틀려 불안해하며 엄마에게 눈길을 보내는 현성 군에게 "지금 여기에 네가 틀렸다고 혼낼 사람 아무도 없고, 내가 여기에 있는 건 네가 모르는 것을 설명해 주기 위한 거야. 불안해하지 말고 많이 틀려. 그래야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게 많아."라고 하셨는데요. 저는 이 말씀이 현성 군이 엄마에게서 용기 있게 한 발자국 떨어질 수 있게 하는 치유의 한마디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 없이 공부 홀로서기에 초반에는 꽤 불안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점차 적응해 갔습니다. 수업 말고도 서로 줌을 켜놓고 '스터디위드미'도 진행하면서 도전학생의 홀로서기를 독려하고 도와주려 하시는 정식샘의 노력을 보며 선생님의 실력뿐 아니라 따뜻함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도전학생과 아무 상관도 없는 제가 다 감사한 마음이었으니깐요.

채널에이 티처스 19화




프로그램 초반부터 바둑을 했던 도전학생이 '공부 미생'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했었는데요. 정말 도전학생을 볼수록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라는 캐릭터가 떠올랐습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맑은 표정, 근면성실하면서도 반듯한 태도 등 정말 장그래가 고등학생이 된 느낌이랄까요? 바둑에서는 미생과 완생을 확실하게 구분 지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들의 인생을 미생과 완생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누구나 미생으로 태어나 완생을 향해가는 그 과정을 사는 것이 인생이겠지요. 게다가 이미 충분히 충실한 갓생을 살고 있는 도전학생! 그러니 도전학생도 그 과정을 온전히 누리고 그 과정 또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삶의 모든 과정이 즐거우면 인생 전체가 행복으로 이어진 꽤 성공한 '인생'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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