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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심장이 뛰었다 - 사람들의 열기, 호흡의 하모니

빛과 소음 속에서 피어난 나

by 서이담

태어나 처음으로 가는 콘서트. 문화생활은 기껏해야 전시회 혹은 영화 독서가 다였다. 집순이 인 내가 페스티벌이라니 말도 안 된다. 대학생 때 대외활동을 할 때 어쩔 수 없이 영화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한 번은 수 십 년 전 엄마와 열린 음악회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엄마는 노래는 귀로 듣는 것보다 직접 가서 들으면 느낌이 다르다 말한 적이 있다. 그게 바로 현장감인가 보다. 주말 오후, 킨텍스로 향하는 발걸음은 마치 다음 세계로 들어가는 문턱 같았다. 킨텍스 역에는 홀이 많아서 1,2홀을 찾아 꽤 걸어야 했다. 팔찌를 손에 차고 포토존부터 무대 주위, 푸드코트를 걸었다. 후덥지근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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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을 온 이유는 당연히 가수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날 마지막 무대에 지오디가 나온다. 페스티벌은 정말 신세계다. 스피커를 흘러나오는 음들이 몸을 울렸다. 웅웅 거리는 소음이 꼭 나를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가수가 나오는 페스티벌은 처음이었다. 길거리 맥주 페스티벌은 가봤어도 무대를 감상하는 건 처음이었다. 체력이 매우 약한 나는 집에서 두 시간 거리의 킨텍스라는 곳에 온 게 큰 용기였다. 무료하게 살아도 한 번쯤 내 안의 도파민을 깨우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난 재밌게 살고 싶은 사람이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음에. 물론 평범한 하루하루에 감사하다. 그러나 시간을 되돌려보면 흥도 많고 까불기도 하는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무대의 불빛 사이로 저 멀리서 가수의 라이브 소리가 들렸다. 마음이 웅장해지며 거대한 에너지가 들어왔다.

가수가 객석에 호응을 유도하자 사람들이 반응한다. 연인, 가족, 친구 혼자 온 사람도 더러 있었다. 중요한 건 무대 앞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을 향해 있었다. 정적인 생활을 좋아하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면 또 아니었다. 처음엔 낯설어했는데 내가 이 자리에서 서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축제 같은 선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의 오프닝, 엔딩, 쉬는 시간 …….


서로 모르는 얼굴이지만 같은 박자에 맞춰 손을 흔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일상 속에서 사라진 감각- 군중 속 자유가 되살아났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여기 모인 사람들은 음악이라는 매개 속에 연결된 존재라는 느낌. 묘한 위안이자 다시 살아갈 힘이 생겼다.




무대는 오르고 내리고, 조명은 꺼졌다 켜지길 반복했다. 나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입장하면 바로 푸드코트에서 늘어서 있다. 음식들이 너무 많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삶도 무대와 똑같지 않을까. 아픈 날이 있으면 웃는 날도 있고, 희망이 꺼진 듯해도 불이 다시 켜지는 순간이 오는 것처럼. 페스티벌은 단순 공연을 넘어서 삶의 압축판처럼 보였다. 지치고 흔들려도 어떻게든 시간을 메우고, 다시 노래를 하는 것처럼. 나의 삶도 이렇게 하다 보면 이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귀에는 잔향처럼 음악의 웅웅 거림이 맴돌았다. 하루의 피로가 올라왔지만 마음이 가벼웠다.

살아가는 힘은 거대한 변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찾아오는 환희와 여운에서 자라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일을 버틸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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