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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 전환

질문 어디까지 해봤니?

by 혜온

‘이게 맞아?’

‘왜 꼭 이래야 하지?’

살다 보면 어떤 세계 자체에 질문하는 순간이 있다.

대세를 따라가다 실패가 거듭되면 모두를 지배하던 룰 자체를 의심하게 된다. 과연 이 폭주의 시작은 어딘지 뿌리부터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때, 나름의 결론을 내고 방향을 바꾸는 것이 바로 패러다임 전환이다. 한 사회의 성장은 이 기적 같은 집단 자각 다음에 찾아온다.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토마스 쿤은, 위기가 누적된 이후 등장하는 혁명적 전환이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기초 위에서 이루어지는 재구성임을 강조하며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패러다임 전환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기존 인식의 틀을 의심하고, 세계를 새로 묻는 행위로서 질문력이 작동하는 가장 극적인 장면이다. 쿤은 이를 ‘질문’이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말한 전환의 배후에는 분명 특별한 질문이 숨어 있다.


개인 차원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면 기존 세계에 대해 평정심을 갖게 되고, 복잡하게 얽혀 있던 현상들이 그 본질적 구조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동안 보이지 않던 길이 눈앞에 나타난다.

질문력은 이러한 비약적 전환을 통해 인간을 고차사고로 이끈다.

개인의 패러다임 전환은 한마디로 ‘가치 혁명’이다. 관점이 달라지고, 가치관이 새롭게 재편되는 과정이다.

이 변화는 외부 조건의 변동이 아니라 인식의 차원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같은 일을 하지만 다른 일을 하게 되고,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 된다.


“시험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도록 시야를 좁히고 스스로 채찍질해왔어요. 공부하면서도 늘 불안에 시달렸고 그럴수록 책상 앞에 앉는 시간만 늘어났던 거 같아요. 악순환을 만들고 있었네요.”

“그렇죠, 더 중요한 것은 방법론보다는 시험의 이유입니다. 당신의 시야를 저 멀리까지 이끌어줄 그래서 안정적으로 현재를 살게 하는 지은님만의 사유가 필요해요. 결국, 나의 가시거리만큼 성장하는 거니까요.”


그녀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패러다임과 그 가치에 갇혀 있던 자신을 비로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시험 합격 외에 다른 선택지 없이 벼랑 끝에선 불안이 오히려 학업에 장애물이었다.


"인생이란 레이스 위에서 시험을 하나의 이벤트라고 가볍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나는 왜 이 시험을 준비하는가'를 질문해 보세요. 더 큰 차원의 의미를 만들어 가는 여정이죠.’

"시험의 당락에 연연하지 않고 초월적 인식을 할 수 있다면 설령 떨어져도 성장은 보장돼요. 그런데 또 이렇게 가치를 전환하면 같은 공부도 더 잘되는 매직이 일어나요. 머리가 좋아지거든요. 잡음 없이 두뇌 활동이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있다.

간절한 일일수록 의미를 물어라. 그리고 최대한 멀리 보고 걸어라.

이것이 성장에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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