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경쟁의 연대기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울음으로 시작하고, 성장하면서 형제들 간의 경쟁이 펼쳐진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사회에서는 동료들과의 경쟁이 이어진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와 비교되며, 무언가를 얻기 위해 애쓰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과연 경쟁이 나쁜 것일까? 나는 형제들과의 경쟁을 통해 성장했고, 보이지 않는 경쟁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세명의 오빠와 두 명의 언니, 한 명의 여동생이 있는 대가족에서 자랐다. 사람들은 형제가 많은 집안을 부러워하지만, 나는 그 시각이 다르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혹은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해왔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우리는 서로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의식하지 않더라도 경쟁하게 되었다. 경쟁이란 각기 다른 성향의 아이들이 부모님의 관심을 얻기 위한 한 가지 목표로 달려가는 것이다.
둘째 언니는 공부도 열심히 했고,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 부회장도 했다. 무슨 이유인지 양궁부가 새로 생기면서 양궁을 시작했지만, 부모님의 지지는 받지 못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밴드부에 가입했다. 밴드부에 가입해야 음악 실기시점 만점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특별히 뛰어난 것은 없었다. 그러나 언니는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고, 그래서인지 학교에서도 인정받는 학생이었다. 나는 자주 "누구의 동생"으로 불리곤 했다. 어릴 적에는 그게 싫었지만, 사고뭉치의 동생보다는 모범생의 동생으로 불리는 게 더 나았다. 하지만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잃고,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대신 공무원 시험과 공기업 입사를 준비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겪었다. 언니의 변화를 보며 경쟁이 때로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특히 동생과 자주 다퉜다. 짹짹거리며 부모님한테 고자질하는 것을 무엇보다 참기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는 어릴 적부터 자주 떨어져 지냈고, 함께 있을 때 더 많이 다투곤 했다. 하지만 떨어져 있으면 그리웠다. 어린 시절, 나는 기도를 몰랐지만 어느 날 장독대 위에 올라가 "다시는 동생과 싸우지 않을게요. 동생과 함께 살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한 기억이 있다. 가족은 싸우면서도 결국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우리 가족의 경쟁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애썼다. 어떤 형제는 애교를 부렸고, 어떤 형제는 공부로, 또 어떤 형제는 반항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는 조용히 참고 견디는 성격이었다. 작은언니처럼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며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경쟁이 꼭 부모님의 인정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재능이 뛰어난 아이는 아니었지만, 합창을 좋아했다. 중·고등학교 때 합창단에 들어가고, 성인이 되어서는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했다. 함께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일이 좋았다. 그 과정에서 나는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것이 더 아름다운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인지 경쟁보다는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 보니 세상은 가족과 달랐다. 친구들이 가족처럼 다정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회사에서 동료들이 서로를 견제하고 질투하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다. 내가 열심히 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말없이 배려하는 행동이 오해를 사기도 했다. 결국 나는 조직 생활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혼자서 글을 쓰는 삶을 선택했다. 혼자 일하면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경쟁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경쟁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형제들과의 경쟁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자극하고 성장했다. 거북이가 토끼와의 경주에서 경쟁했지만, 사실 거북이의 진짜 경쟁 상대는 토끼가 아니라 자신의 한계였다. 나도 이제는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경쟁을 하려 한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앞으로 해나갈 경쟁의 방식이다.